글쓰기의 단계 - 착상

by 요니

한 편의 글을 쓰기까지 나는 적어도 3가지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감을 발견하는 착상, 의식과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뭐든 써 내려가 보는 초고, 그리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확인하고 고치는 퇴고. 이런 일련의 단계를 거쳐야 글이 완성이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의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숙달된 작가는 이미 자연스럽게 체득해 단계를 밟고 글을 쓸 것이다. 하지만 글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분명 글쓰기의 벽을 만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단계가 어려운지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다. 소재가 없는 건지, 초고를 쓰기 두려운 건지, 퇴고가 힘든 건지. 구체적으로 부분들을 개선해보자.


첫 번째 단계. 착상


글쓰기의 시작점은 발견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관찰한다. 그런 과정에서 나오는 생각을 중 일부를 글로 표현한다. 머릿속의 생각은 그 자체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 현실세계에 꺼낼 때만 가치가 드러난다. 착상에서는 글을 쓸 소재, 주제와 같은 것이 머릿속에서 나타날 때다. 어떤 것을 발견하고 흥미롭다고 느낀다면 한 번쯤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이때부터 글쓰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니터를 켜고, 타이핑을 하지 않을 때도 우리는 글쓰기 상태이다. 하루에 겪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일상이 무척 다채로워진다. 슬프거나 힘든 이야기도 이걸 글로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받아들이게 된다. 글 쓰는 사람의 특혜라고도 할 수 있다. 모든 경험이든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긍정적이게 된 것은 아마 이런 생각 때문 이것 같다.


1) 메모하기

나는 내 기억력을 잘 믿지 못한다. 특히 사람 이름을 외우거나 전화번호는 아직도 잘 외우지 못한다. 대신 메모를 한다. 에버노트를 쓴 지 2년 정도 지났는데, 내가 그동안 쌓아놓은 메모는 2000개 가까이 된다.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저장하기도 하고, 갑자기 떠오른 과거의 에피소드를 몇 줄 써놓는지, 대부분의 글의 습작도, 개인정보 까지, 모든 것이 에버노트에 들어있다. 거의 제2의 두뇌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척 쌓아두는 편이다. 반년에 한 번씩 하루 날을 잡아 메모를 정리 해기도 하지만, 계속 노트수는 늘어난다. 메모는 글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메모를 한 수만큼 어떤 글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 자체는 무형이며 금방 까먹기 때문에, 짧게라도 잡지 않으면 금방 휘발된다. 소재를 당장 찾으려고 하면 처음부터 드는 막막함에 더 진도가 느려진다. 하지만 메모를 찾고, 거기서 꺼내보면 적어도 0에서부터 시작하는 일은 그리 없을 것이다.


메모 툴을 활용할 때는 기록하기 쉬워야 하며, 찾기 쉬워야 하는 것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에버노트를 활용한다. 디지털 메모의 장점을 잘 살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종이에 메모를 할 때도 있지만 자주 분실하거나, 검색이 어렵다. 그래서 중요한 경우는 종이를 다시 디지털로 옮기는 수작업을 하기도 한다.


에버노트를 잘 활용하면 체크리스트를 만들거나 주간에 있었던 일을 계획하는 것도 활용한다. 스케줄을 관리하고, 목표를 체크하고, 글감을 저장하고 발견하는 모든 일들이 가능하다. 마치 나만의 구글을 만드는 것 같다. 메모 자체에 재미를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에버노트에 쌓인 노트를 보면 마치 동전이 가득 차있는 돼지저금통을 보는 것 같다. 글쓰기를 매번 새로운 글을 쓰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글을 실시간에 떠오르는 것들로만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여유로워진다. 메모라는 점이 모여 선을 그려내는 순간, 인생에서도 괜찮은 한 획정도는 생긴다고 본다. 그러니 조급하게 굴지 말자. 글이 아니면 메모라도, 그전에 떠오리는 생각이라도 집중해보자. 분명 우리는 글을 쓸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메모를 하고 전혀 보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휴대폰에 사진첩을 보자. 나는 6년간의 사진이 아이폰에 담겨있지만, 그 사진을 전부 본적은 1년에 1,2번이다. 중복된 사진도 수십 장이나 찍혀있다. 메모가 많아지면 분명 읽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의도적으로 충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며, 메모 다이어트를 한다.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좀 더 농축된 메모를 만드는 것은 할 수 있다. 그런 작업들을 하면서 나는 나의 글감들을 더욱더 깊게 만든다.


그러니 뭐든 메모해보자. 꿈에서 깬 뒤, 지하철에서, 길을 걷다가,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 전에 또는 밥을 먹다가도 생각은 떠오른다. 우리가 하루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정말 갑자기 10년 전의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잠시 떠오를 때도 있다. 메모를 활용할 글감이 당장 떠오를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에도 써놓자. 정기적으로 메모 정리를 해야 할 때라도 꺼내보자. 글을 정말 쓰기 힘들 때도, 메모를 해놓은 것들을 보자. 메모들도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 중에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일부는 내가 적어도 인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적은 것일 것이다. 그러니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믿고 활용해보자.


2) 많이 관찰하기

글쓰기는 경험과 생각을 엮고, 지식과 생각을 엮는다. 또는 감정과 생각을 엮기도 한다. 연결을 하기 위해서 가장 방법도 역시 많이 해보는 것이다. 많이 경험하고, 많이 지식을 얻고,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한다. 많은 것들이 있을 때 더 새로운 조합이 생각나는 것이다. 나는 특별한 소재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몇십 년 치의 시간을 보냈다. 똑같은 일이라도 다르게 일어난 경우도 있다. 감정 때문에 힘든 일도 있었을 것이며, 사람 때로는 상황 때문에 기뻤을 때도 슬펐을 때도 있다. 다만, 당장 떠올리려니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고 느낄 뿐이다. 사람들은 대단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발견할 만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소한 이야기라도 그 안에서 다르게 보는 걸 좋아한다. 너무 익숙해진 것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그걸 우리는 독창성이라고 한다. 그러니 너무 대단한 것이 준비되어있어야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는 자신도 자신의 세계를 다시 파고들어 발견하는 것이다. 글은 언제나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내가 알 순 없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만이 유일한 진실 같다. 그러니 작가는 모든 것을 아는 뒤에 글을 쓴 사람이 될 수 없다. 치즈케이크를 한 조각 자른 그만큼만 먹어도, 그 맛을 충분히 알 수 있듯 그만큼만 글을 쓰면 된다. 모든 면을 알 수 없을뿐더러, 모든 것을 알 고 있다고 글을 쓴다고 멋진 글이 될 가능성도 없다. 내가 아는 세계를 정하고, 거기서 관찰한 것들을 적어보자. 관찰은 최대한 많이 하자. 보는 만큼, 느낀 만큼, 생각한 만큼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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