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시간관리
글은 큰 도구가 필요하진 않다. 키보드와 모니터, 볼펜과 노트, 또는 휴대폰만 있어도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있다. 내가 쏟을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다. 시간을 어디에 투자하는지에 따라서 우리의 삶은 조금씩 변해간다.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면 멋진 몸을 가지게 된다. 돈을 버는데 시간을 쏟으면 돈을 얻게 된다. 소설을 쓴다면 나은 소설을 쓸 것이고, , 에세이를 쓴다면 에세이 글이 생긴다. 단순하지만, 우리가 어떤 곳에 시간이라는 자원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나온다. 그러니 시간관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스킬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통해 삶을 살아간다. 현재의 삶이 나를 보여준다. 시간을 어디에 쓰는가에 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글쓰기는 영감이나, 기분이나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 시간관리를 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가없다. 작가란 어떤 의미에서 보면 회사원이다. 같은 시간 동안 규칙적으로 출근하고 퇴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출근이 있고 퇴근이 있다. 그 시간을 만들어 내야만 글을 쓸 수가 있다.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단 한 가지, 차단
시간관리에 대해 깊이 고민이 많은 시절이 있었다. 진심으로 글을 인생에서 오래 가져가고 싶다고 다짐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강의마다 어떻게 어떻게 하면 오래 쓸 수 있나요?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럴듯한 대답은 들었지만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있다. 스스로 요령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타인
첫 번째로 적어도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타인을 차단해야 한다. 글쓰기는 무척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소통할 가능성이 있는 시간에는 결코 쓰기 쉽지 않다. 나는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있는 새벽에 글을 쓴다. 처음부터 아침형 인간이 된 건 아니었지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찾다 보니 결국 아침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때는 적어도 1,2시간 정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글만 쓸 수 있다. 글을 쓰는 것에 몰입을 하다 보면,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가끔 가족이 깨어나서 주변을 돌아다닐 때도 있다. 이때 쉽게 글을 쓰지 못한다. 그때는 조용히 이어 플러그를 귀에 끼운다.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타인과 차단해보자.
딴짓
두 번째는, 글 쓰는 시간 중 할 수 있는 딴짓을 차단해야 한다.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내가 해야 하는 선택지는 2개다. 쓰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멍하니 모니터를 쳐다보거나, 자신의 키보드를 보는 수준의 활동만 허락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미국의 하드보일드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 레이먼드 챈들러의 방법을 따라 한 것이다. 그 역시 글을 쓰는 시간을 만들어두고, 그 외에는 책을 읽거나, 잡지를 보는 일도 심지어 수표를 쓰는 간단한 메모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단호한 듯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방법을 선택하고 난 뒤, 비약적으로 글을 쓰는 속도가 빨라졌다. 글 중 참고할만한 문서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면 나는 따로 빨간색으로 표시를 해두고, 계속 써 내려간다. 글을 쓸 때는 수많은 유혹이 있다.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에 힘들다. 글을 쓰는 것 외에도 우리는 즐겁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러니 사전에 모두 차단해두자. 인터넷 웹 서칭도, 독서도, 다른 업무도 하지 말자. 글을 쓰는 일, 그리고 쓰지 않을 자유. 두 가지의 선택지만 남는다면 결국엔 글을 쓸 것이다.
판단
마지막으로 차단할 것은 나의 판단이다. 글을 쓰는 순간도 수많은 고민이 오간다. 나는 진짜 글쓰기가 맞는 일일까, 아무런 쓸모없는 짓이었으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나를 비웃거나 비판하면 어떡하지.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사실이 아니라면? 옳은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두려움이 계속 쓰고 있는 도중에도 나의 글을 평가하게 만든다. '이런 내용은 아니지 않아?', '남들이 읽고 뭐라고 하겠어', '맞춤법이 틀렸으니 지금 바로 수정해'이런 생각들이 계속 글을 써 내려가지 않게 한다.
이런 고민들을 나 역시 지금까지도 한다. 처음에는 글을 더 많이 쓰면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마다, 내가 쓰고 있는 도중에도, 완성을 했을 때도 이런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스스로 끊임없이 평가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의 자아에는 나를 평가하는 심판관이 존재한다. 엄격한 잣대로 자신을 감독하고 판단하며, 끊임없이 평가하고 비난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완벽함에 집착하고,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스스로 불안을 만들어내는 건 어쩔 수 없다. 한번 그렇게 인식하고 나면 한동안은 그런 생각이 나를 몰고 간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해도 우리는 코끼리를 생각한다. 생각에는 긍정과 부정이 없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글을 처음 시작하는 시점에는 판단을 중지해보자. 이를 그리스 언어로 에포케(epoche)라고 한다. 원래 의미는 '멈춤' 또는 '무언가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둠'을 의미한다. 글쓰기는 우선은 꺼내놓고, 나중에 고치는 행위다. 영원한 완성이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판단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의 삶에는 여러 가지 경험으로 씌워진 안경이 있다. 그 안경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진실을 알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진 말자. 조금 더 스스로를 믿자. 내가 쓴 글은 다시 나에게 생각을 던져준다. 그리고 그 생각이 다시 꼬리를 물고 관심을 가지게 한다. 그렇게 선순환이 일어나면서 깊어진다. 그러니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고 검열하지 말자. 지금 이대로 써도 충분하다. 판단을 멈추고 글을 꺼내는 행위에만 집중을 해보자. 글의 양이 많아질수록, 자신이 글을 쓰는 일에 익숙해지고, 그만큼 더 잘 쓰게 된다.
글을 쓰는 일은 일종의 노동이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되도록 시간을 좀 더 관리해야 한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잘 보고,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나는 다른 방법을 모른다. 사람마다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다 다르다. 그러니 완벽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남의 루틴을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나와의 차이점은 결국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의 몸이 글쓰기에 익숙해질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다면, 실력은 모르는 사이에도 쑥쑥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