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니 Jun 10. 2021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우리같이 평범한 인생은 오래오래 회사에서 버티다가

받은 월급을 아끼면서 사는 거야”


여느 때처럼 퇴근 후 곱창에 소주를 마시다가 나온 동기의 한 마디었다. 직장인이 된 지 8년 차. 사회생활에는 도가 튼 시기였다. 새로운 일을 계속 배우고 습득했던 신입사원 일 때의 모습도 까마득해질 쯤이다.  어느 정도 회사에 자리를 잡아 한 사람의 몫을 다 하고 있었다.  월급은 끊긴 적이 없었고, 안정적인  회사에  잘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렸을 때 내 꿈은 회사원이었다. 부모님이 과일가게를 하셨는데, 9시부터 10시까지 일을 하셨다. 밥 한 끼도 편하게 먹지 못했다. 손님이 우선이었고, 장사가 우선이었다. 돈은 벌어도, 우리 가족의 생활이 전보다 나아져도 부모님은 자신에게 쓰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계속 5천 원짜리 검정 고무신을 신으셨다.


‘조금만 더 편하게 사시지..’


부모님은 자신의 일을 싫어하진 않으셨지만 내가 장사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편하게 에어컨 아래에서 일하는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기 원했다. 나도 동의했다. 차라리 어딘가에 소속돼서 마음 편하고 걱정 없이 살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는 늘 회사원이라고 적었다.



졸업을 하고, 23살 때 첫 직장인이 되었다. 막 신입사원의 되었을 때는 회사 일에 적응하기 바빴다. 숨 가쁘게 시간이 흘러갔고 월급은 매달 꼬박꼬박 들어왔다. 더 이상 부모님의 용돈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편하진 않았다. 꼬박꼬박 나오는 돈은 좋았다. 하지만 점점 그 정해진 돈만큼 시간을 팔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신적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눈치 보여 야근하고 있고, 일은 받은 돈만큼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녔다. 또 내 일이 늘어날까 걱정하여 방어적으로 되었다. 성격을 숨기고 살고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기 급급했다.'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 그 이상의 가치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점점 스며들었다.


'이게 내가 진짜 원했던 걸까?'


술자리의 동기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버티는 삶. 이게 진짜 원했던 것이었을까? 내 꿈은 정말 회사원이었을까? 그저 편한 길을 가고 싶어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내 꿈은 사실 회사원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저 가장 무난한 선택지를 골랐던 것뿐이었다. 그렇게 살아야 편하고, 편한 것이  행복한 것이라고 나를 스스로 속인 것뿐이었다.  무력감은 내가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탈출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가장 쉬운 길을 택했다.


미친 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생의 돌파구를 찾고 싶었고, 간절했다. 쉬운 책부터 매일매일 책을 읽었다. 점심시간도 아까워서 혼자 점심을 먹고 30분은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던 독서도 10권이 20권이 되어가고 60권이 되어갈 때쯤에는 점점 몸에 익숙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읽지 않으면 불안함마저 들 정도가 되었다.  그 이후는 내용을 자주 잊어버리는 게 아까워 블로그에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읽고 난 뒤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나의 습관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분들과 교류하기 시작했고, 멘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책과 강의'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하지만 나에게는 혁명적인 도구였다.  평생 올빼미족으로 알았던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도 찾았다. 글쓰기였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일에 내가 진심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8년 동안 움직이지 않던 중심축이 회사에서 점점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책과 강의를 통해 배우고 적용하니 성과가 나왔다.  좋아하는 일이 돈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쏟아졌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또 하나의 명함을 가지게 되었다.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와 작가라는 명함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고 기쁨을 느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경험을 나눠주는 작가, 강사가 되어있었다.  


더 이상 내 정체성을 회사원으로만 규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평생 달려볼 일 없을 거라 생각하는  10km의 달리기에 도전하고, 누군가의 앞에서 강의를 한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런 나의 모습은 여전히 낯설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나의 이런 모습을 자신도 몰랐다. 새로운 도전으로 얻는 기쁨 또한 말이다.


예전처럼 회사를 그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곳에 대한 생각이 그리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나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 여기게 되었다. 신기한 점은 이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고 삶이 더 자연스럽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마치 예전의 모습은 어디 간데없고 지금 딱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편하다. 시작은 천천히, 하지만 모르는 사이에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내 인생 전환점은 불안함이 절정에 달했을 때 찾아왔다. 그리고 해결해나가려고 진심으로 마음먹은 순간 변화는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서도 잘 놀아보기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