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9호선 지하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둘째,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기.
셋째, 30분 걷고 지하철 타기.
9호선에서 2호선을 갈아타면 가장 빠르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게 단점이다. 퇴근 후 9호선의 급행을 타면 숨쉬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한가득이다. 빠르지만 멀리 돌아가는 방법이라 괜히 싫기도 하다. 두 번째 방법은 편하지만 버스 배차 간격이 너무 길다. 타이밍이 안 좋아 15분씩 기다리기도 하는데, 추운 겨울에는 가만히 있는 게 힘들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세 번째 방법을 택한다. 30분 걷고 지하철을 탄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사무직이라 걷기라도 하자는 마음에서다.
가끔 하던 세 번째 방법의 횟수가 요즘 늘었다. 일주일에 하루를 걷다가 이틀로 늘어났다. 그리고 일주일을 걷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시간이 좋아졌다. 책을 매일 읽기 시작할 때부터였을 것이다. 음악을 틀어놓지만 그 음악이 안 들릴 정도로 생각에 빠진다. 사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길거리의 지나가는 것들을 관찰하고 상상하기도 하고, 또 마음에 든 책의 한 구절을 곱씹어보기도 하며, 떠오른 기억에 거미줄을 친다.
가장 좋은 순간은 잊고 있던 기억들이 번뜩 떠오를 때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는 사람의 기억들이 황금색 구슬로 보관된다. 오래된 구슬은 긴 파이프라인을 타고 무의식의 세계로 이동한다. 영원히 사라지는 구슬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억들은 우리 속 깊은 곳에 있다. 그런 기억들을 산책하다 만나면 운이 좋다. 글 주제로 쓰면 된다. 글을 매일 쓰고 있는 나에게 글감은 참 소중하다.
퇴근길 산책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담아보고 싶어 글을 쓴다.
좋은 글이 될진 잘 모르겠지만,
우선 저장해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