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니 Nov 22. 2020

기록의 쓸모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음식을 만났을 때, 우린 자연스레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긴다. 이는 사진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동영상, 글, 그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순간을 저장한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기록하며, 이를 의미 있게 생각한다.


나 역시 기록하는 사람이다. 사진, 동영상, 글과 그림 기록하는 모든 것을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글쓰기다. 사진과 동영상보다 더 주관적이고 깊이 있게 담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예전부터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일기를 15년이 넘도록 썼고,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글을 공개하고 있다. 단순한 일기에서부터 에세이, 자기 계발 관련 글 등 장르 역시 다양해졌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정말 내가 왜 쓰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좋으니까'는 조금 부족했다. 나는 왜 쓰는 걸까?



'기록'의 역사



나만을 위한 기록


고백하자면 초등학교 숙제 중 일기가 가장 싫었다. 일기를 왜 선생님에게 보여줘야 했는지 몰랐다. 왜 써야 하는지도 몰랐다. 숙제를 잘 안 해가는 아이 었던 나는 벌을 받는 길을 자주 택했다. 가끔 먹는 이야기에 대한 일기를 쓰긴 했다. '피자가 맛있었다', '탕수육이 맛있었다'라는 등의 사실 반복 나열이었지만..


갑작스럽게 기록해야 한다고 마음먹은 시기는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수능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 거리를 찾고 있었고, 그 탈출구가 일기였다. 인생의 첫 힘든 시기 었기 때문에 나에게 응원이라도 받고 싶었을 것이다. 힘들었던 상황과 셀프 응원이 담긴 글로 몇 권의 노트를 채웠다. 감정적인 글들이 대부분이어서 개인 흑역사이긴 하지만 내가 10년이 넘도록 쓴 글의 시초이기 도 하다.


고등학교의 일기는 여러 일기장을 거쳐 몰스킨 불렛 저널로 변했고 그림까지 더해졌다. 가끔 포켓 노트를 들고 다니며 여행에서도 일상에서도 나와 함께 붙어 다녔다. 죽을 때 일기장을 같이 묻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의 기록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간다. 에버노트를 활용법을 알게 된 뒤로는 거의 모든 것들을 에버노트에 기록한다.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1441개의 노트가 만들어져 있다. 순간 생각나는 아이디어들, 책의 좋은 구절들, 허무맹랑한 창업 아이디어, 비밀 번호 등 매일 새로운 노트가 만들어졌고 그것들이 나를 구성한다. 하지만 일기는 여전히 몰스킨에 쓴다. 굳이 공개되지 않아도 될 글들을 디지털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독자를 위한 글쓰기


기록이 독자가 있는 글쓰기로 변한 것은 작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였다. 독서 리뷰를 시작으로 다양한 생각과 정보가 담긴 글을 썼다. 남에게 보여주는 글에는 기록과 달랐다. 피드백이 있다.  블로그와 브런치는 긴 글을 기록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의 매체라 다들 호의적이었다. 그런 피드백은 글을 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됐다. 6개월의 블로그 운영할 때쯤 브런치까지 확장되어 이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남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절충한 글들을 하나씩 꺼내어갔다.


독자를 위한 글쓰기는 개인 기록과는 달랐다.  나의 일기장의 독자는 한 사람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공간은 다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남들이 궁금해할 내용까지 더한다. 남들에게 보여줄 준비가 된 글을 쓰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독자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하니 기록과 글쓰기가 더 좋아졌다.




기록의 쓸모



나를 위한 글, 독자가 있는 글쓰기까지 확장된 기록에서 나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1. 생각하고 의미 있는 삶

기록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 한다. 모든 일에 물음표를 붙이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고 번뜩이는 생각을

잡아둬야 한다는 의식이 생긴다. 그런 일련의 작업은 삶이 의미 있게 만든다.


2. 피드백은 성장의 힘

피드백은 어떤 행동이 결과를 일으켰을 때 그 결과를 반영해서 다시 행동을 고치는 것을 말한다.  외부에 글을 공개하면 피드백이 생긴다. 피드백은 더 나은 성장을 위한 도구가 된다. 기록을 공개할수록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다.


3. 소비가 아닌 생산

사람은 소비와 생산을 반복한다. 누군가가 만든 것을 소비하고, 자신은 무언가를 생산한다. 글쓰기는 하나의 생산된 창작물이다. 생산의 가치는 독자가 정하지만 자신이 하나의 생산자라는 생각은 주체적인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된다.



기록의 쓸모를 열거하지 않아도 사실 우린 알고 있다. 기록은 사람의 본능이다. 기록이 글쓰기가 되고, 글쓰기는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