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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Nov 01. 2020

내가 두 권의 브런치북을 발간한 이유

7개월 간의 브런치작가생활, 후기는 이렇습니다.

브런치작가가 되고 브런치에 글을 쓴 지 7개월이 지났다. 총 53편의 글을 썼고, 1편은 삭제했다. 이번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 최근 브런치북 2권도 발간했다. 2주 정도 브런치 북 글을 퇴고하고 나니, 막상 새 글 발행 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졌다. 또 시작됐다. 고질적인 '글쓰기 압박감'. 그래서 오늘은 조금 내려놓는 글을 쓴다.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인 만큼 편하게 써야지.


기존에 나는 블로그만 운영했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도 오래되진 않았지만, 늘어나는 이웃수와 조회수 그리고 네이버에서 도서 인플루언서 자격까지 떡하니 주니 신이 나서 글을 썼다. 치킨값 3마리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부수입 또한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는 색다르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블로그에는 정보전달 위주의 글을 써왔는데, 브런치에는 좀 더 나의 생각을 담은 글을 쓰기로 했다. 긴 호흡의 글을 쓰고 싶었다. 브런치는 그런 공간인 것 같았다. 좀 더 개인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공간. 그게 나의 브런치의 첫 인상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 글에 기입한 메인 주제인 여행 에세이를 썼다. 마치 옛 사진을 보고 반가운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말이다.

그런데 몇 편 쓰다가 현타가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사람들이 궁금해할까? 굳이 일기장이 아닌 여기에 내가 써야 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행일기 속엔 나의 상세한 감정들이 아주 잘 쓰여 있어 거의 옮겨쓰는 수준이었다. 결국 내가 브런치에 쓴 여행 에세이는 아직 내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글을 쓴 것이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선은 독자


에세이라도 독자가 필요하다. 자기만족적인 글은 독자가 '자기 자신'외에는 없다. 누군가에게 전달하고자 쓰는 글은 무언가를 줘야 한다. 하지만 나의 에세이에는 그런 게 없었다. 시간의 흐름의 따라 일정 이야기, 그냥 겪었던 에피소드 들의 나열된 것뿐이었다. 인도여행기는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지만 남에게도 그것이 특별하진 않을 터였다. 그래서 접었다. 읽히지 않는 글을 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우선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는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  vs 내가 잘 아는 것에 대한 글


독자를 생각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좋아하는 글을 써야 할까? 잘하는 걸 해야 할까? 글쓰기를 할 때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도 우리는 이 두 가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두 질문의 정답은 항상 애매하다. 누군가는 잘하는 걸 해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고 한다. 내가 글쓰기의 주제를 새로 정할 때도 이런 고민은 찾아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독자를 예상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잘 아는 글 중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내가 잘 아는 것에 대한 글 어느 것이 맞는 걸까?


고민을 해봤지만 결국 정답을 내리진 못했다. 그래서 단순하게도 둘 다 하기로 했다. 즉  2권의 브런치 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좋아하는 것 한 권, 잘하는 것 한 권을 써서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싶었다. 그 이후에 글쓰기의 방향을 정해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10월에 두 권의 브런치북이 탄생했다. 내가 쓰고 싶은 것과 잘 아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삶을   살고 싶은 이에게>  


자기 계발서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이었다. 내가 많은 동기부여 책을 읽고, 삶에 적용시키고 느낀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신기하게도 20대 때만 해도 그렇게 자기계발서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통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힘들 때 위로받기도 한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며, 그런 좋은 글을 써준 얼굴 모르는 저자에게 감사하기도 하다. 나 또한 그런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읽는 것과 쓰는 건 너무 달랐다. 최대한 나의 생각을 꾹꾹 눌러 담았지만 형태가 잘 정리되진 못했다. 그래도 이런 초고라도 있어야지 언젠간 다시 쓸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싶어 꾸역꾸역 써 내려갔다. 퇴고를 할 때마다 힘든 책이지만 묘한 뿌듯함도 주기도 했다.



내가  아는 것에 대한  :

독서법 <다독,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가요?>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쓴 브런치 북이다. 다독에 대한 이야기. 책을 많이 읽는 것, 왜 읽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많이 읽자고 다짐한 후 1년이 넘도록 다독을 하고 있고, 책을 빼고선 이제 나를 설명하긴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작년 8월부터 다독을 시작했고 서평 블로그를 운영해 159개의 리뷰를 썼다.  공부하자고 올린 리뷰였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 오프라인 모임에 가도 독서법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그래서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브런치 북을 통해 한번 정리해보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있었지만 시간상 15편으로 끝냈다. 확실히 아는 것에 대한 글이다 보니 첫 번째 브런치 북보다 헤매지는 않았다. 구성이나 흐름 자체도 더 나은 듯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발행하고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브런치북 두 편을 발행하고 나서 브런치 메인에 둘 다 노출이 되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자기 계발서가 좀 더 많은 하트를 얻었다. 반면 독서법은 온라인 기고 의뢰가 들어왔다. 아직 한 달도 안된 책들이라서 시기상조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내린 결론은 일단 둘 다 괜찮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쓰던, 잘하는 것을 쓰던 읽어줄 독자가 그려진다면 그냥 하면 되는 게 아닐까?




브런치북을 발행한다는 것이 나와 같은 작가 지망생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좋다. 이번 브런치북 프로젝트의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글을 꾸준히 쓸 것이다. 이미 내년에 프로젝트에 참여할 2가지의 또 다른 매거진을 정해놨다. 이번 브런치북을 통해 다양한 나 자신의 페르소나를 찾아가는 재미도 느꼈다.


글쓰기는 참 신기하다. 여러 취미 생활을 해봤지만 질리지 않고 가장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쓸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 글자 쓰기도 쉽지 않은 것도 글쓰기다. 술술 써 내려갈 때도 있고, 한 문단 때문에 머리를 쥐어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생각이 정리될 때 느끼는 재미와 발행 버튼을 누를 때의 짜릿함이 아닐까?


내일도 다음 달도, 그리고 내년도 꾸준히 쓰는 내가 되기를 여전히 바라며, 오늘도 나를 셀프 응원한다.





요니의 브런치북

삶을 더 잘 살고 싶은 이에게

다독,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가요?


요니의 책리뷰 블로그 '요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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