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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Dec 31. 2020

에버노트에 있는 1424개의 노트

디지털 기록을 시작한 지 1년 차입니다. 

생산성 도구 중에 에버노트가 있다. 메모 어플이지만 유료다. 아날로그 메모를 고집하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2020년에 1월 처음 에버노트를 써봤다. 일주일이 지나고 유료 구독을 시작했고 12월의 마지막 오늘 노트들을 정리하고 있다. 1424개의 노트가 쌓였고, 1년 치의 기록이 오롯이 남겨져 있다.


책을 읽을 때, 이동 중에, 아니면 글을 쓸 때.

시도 때도 없이 나는 에버노트를 켰고, 기록을 남겼다.


- 내가 에버노트에 적은 것들 

주간, 월간, 분기별 계획

순간 생각나는 아이디어들

책에서 마음에 콕 박힌 문장들

잘 까먹는 비밀번호

내가 만든 디자인, PPT 자료

블로그 데이터 

우리 집 재무관리표 

부동산, 주식 관련 자료 기록들 

수업 들었던 강의 자료와 필기

팟캐스트 대본 / 피드백 노트 

몇 가지 녹음 파일


디지털 기록을 하지 않았던 나에게 에버노트는 솔직히 신세계였다. 딱 맞았기 때문이다. 우선 공간의 제약이 없다.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게 더 편하다. 회사 PC, 개인 노트북, 휴대폰 언제 어디서나 기록할 수 있다. 사진을 찍어 보관할 수도, 녹음을 할 수도 있다. 가장 좋아하는 기능은 검색이다. 빠르게 찾을 수도 있으니 특정 단어만 잘 검색하면 된다.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자료나 캡처해야 할 것이 있으면 아이콘 하나만 누르면 된다. e-book과도 연동되어 있어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바로 저장할 수도 있다. 인터넷 강의를 듣고 노트를 저장하기에도 편했다.


이런 기능 이외도 단순히 기록을 차곡차곡 쌓는 것 자체가 좋기도 하다. 나는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을 가장 많이 저장해 둔다. 생각이 떠오르면 채집하듯이 바로 적어놓는데, 그렇게 따로 적어놓은 494개의 메모가 있다. 책을 읽거나, 샤워를 하다가, 문득 글감이 떠오르면 어김없이 적어놓았다. 물론 기록이 잘 정리되어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 것도 있다. 글 쓰는 시간 이전에 이런 글감을 잘 남겨놔야 글이 잘 써진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대부분의 초고 역시 에버노트에 쓰는 편이다. 단순하지만 그냥 그런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기분이랄까? 메모 어플을 여러 번 써봤지만 이렇게 창고처럼 차곡차곡 넣어두는 경험은 에버노트가 처음이었다. 


물론 이렇게 쌓아두면 정리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쌓아놓고 보질 않는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요일의 오전에는 노트를 정리해두는데, 이 정도 쌓이다 보니 하루를 잡고 정리해보기도 한다. 필요 없는 것을 지우거나, 같은 생각들을 합쳐서 보관하는 것 역시 기록하는 사람의 할 일이니까. 


에버노트가 좋긴 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기록도 병행한다.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고, 중요한 글이나 자료를 구성할 때는 여전히 손으로 쓴다. 특히 일정이나 일기는 손으로 쓰는 편이다. 나만 보는 일기는 굳이 활용할 필요가 없으니까. 루틴을 체크하는 것도 한번 에버노트로 바꿔보았는데, 크게 잘 활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아날로그로 바꿨다. 아무리 내가 에버노트를 좋아해도 디지털은 디지털만의 강점이 아날로그는 아날로그만의 강점이 있다. 


디지털 기록가가 되고 1년이 지난 지금, 예전에 비해 나의 생각을 잘 채집해 놓은 사람이 된 것 같다. 1년의 자산이 쌓였고, 내년의 자산 역시 에버노트를 이용해 기록할 것이다. 굳이 에버노트가 아니어도 사실 어딘가에 기록을 하던 기록 자체는 좋은 습관이다. 내년에도 더 잘 기록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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