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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Mar 19. 2021

출간 계약을 하고, 초고를 보냈다.

초고를 쓰며 얻은 것들


 출간 계약을 하고, 초고를 보냈다.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이 왔다. 브런치와 온라인 매거진 기고글을 보고 다독 라이프에 관한 책을 같이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브런치 작가라면 대부분 출간하는 것이 목표이거나, 다음 책을 쓰기 위한 상태일 것이다. 나도 출간을 생각하며 글을 써왔는데 생각보다 그 일정이 더 앞당겨졌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생긴 2번째 성과였다.


기존의 브런치 북을 기본으로 한 출판이었기 때문에, 기획 구성은 만들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문제는 글의 양이었다. 초고를 기한 내에 쓰려면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매일 써야 한다. 출판될 책을 쓰기 위해서는 A4 150장(12pt)의 글이 필요했고, 제출 기한은 타이트했다. 브런치북정도로만 만들어본 초보 작가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초고는 초고일 뿐이다. 초고부터 완벽을 기하면 끝내 완성할 수없다. 초고의 기한이 길다고 나에게서 더 좋은 글이 나오진 않을 것도 알고 있었다. 원래 글을 꼼꼼하게 쓰는 편도 아니기에 오히려 초고는 더 허술하게 쓰되, 양을 채우는데 목적을 두고 일정을 잡았다.


약 3주에 걸쳐서 글을 썼고, 평일에는 5-6000자, 주말에는 10000자 정도를 썼다. 그렇게 해서 초고를 무사히 출판사에 보냈고,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교정교열 작업에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초고를 쓰며 얻은 것들 

초고를 처음 써본 나에게는 이 과정에서 얻는 것이 너무 많았다. 한 주제에 대해서 많은 글을 쓴다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생각을 구체화시키고 의미에 대해 정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가진 글쓰기 습관이나 생각들이 초고를 쓰는 과정에서도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글의 퀄리티를 떠나 많은 양의 글을 기간 내에 쓸 수 있었다는 것도 특별하게 와 닿았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다시 한번 기록해본다.



초고를 쓰는 3단계

글쓰기란 단순히 글을 쓰는 시간을 내어  타이핑하는 작업만 글쓰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인풋 하고, 소화하고, 꺼내놓는 단계다.


나는 매일  3,4시간 정도 글을 쓰고, 1,2시간은 읽는데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전에는 이런 단계를 따로 두지 않았는데,  단계를 두니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풋의 단계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존 생각을 자극하기 위한 인풋단계가 필요하다. 인풋은 어디서나 가능하다.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 또는 자신의 과거의 메모들을 살펴보는 것 등 모두 인풋이다. 성장하는 독서, 다독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나는 인풋을 하는데 공을 들였다.  블로그와 에버노트에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기록을 매일 했다. 특히 에버노트에서 보통 1200-1400개의 노트를 관리했다. 단순히 쓰고 안 읽을 메모가 아닌, 다음에 읽을 나를 위한 힌트를 남기기 위한 메모다. 시간을 내어 추가하고 정리한 노트들은 나의  보물창고다. 에버노트를 만나고 비약적으로 인풋의 능력을 키울 수 있기도 했다. 블로그 역시 양질의 글감 저장소이다. 글을 쓰는 곳이기도 하지만 리뷰를 저장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이번 초고를 쓸 때도 새로운 책을 읽기보다는 블로그에서 읽었던 리뷰만으로 글을 썼다. 180개가 넘는 책의 리뷰를 읽어보면서 작성 시기와는 또 다른 생각이 이어졌고, 그런 생각들을 글에 담으려 노력했다. 리뷰의 글들을 필사해보는 시간을 매일 가지면서 생각을 집어넣었다. 이런 인풋이 자연스럽게 아웃풋에도 흘러들길 바라면서 말이다.


    소화하는 단계  

인풋과 아웃풋의 사이, 소화 단계는 꼭 필요하다. 사색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인풋을 한다고 해서 글감이 마구 떠오를 때도 있겠으나, 보통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나는 생각을 소화하기 위한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졌다. 보통 산책이나 샤워하는 시간이다. 혼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그때 그저 생각이 흘러가도록 나둔다. 글을 읽거나 쓰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생각에만 집중한다. 가끔 아무런 생각을 안 하게 나두기도 하는데,  어디선가 생각이 튀어 오르는 순간이 있다. '아 , 이런 글 써볼까?'라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 들면 잊어버리지 않도록 내용을 바로 기록해둔다. 이런 단계는 꼭 필요하다.  초고 쓰기는 장거리 마라톤이기 때문에 소화 단계를  갖지 않으면, 생각 우물의 바닥만 긁는 괴로움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소화 단계에서 나를 방해하는 모든 것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몰입의 가장 큰 방해는 휴대폰이다. 그러니 휴대폰을 일부러 멀리하는 시간을 만들어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아웃풋의 단계   


글을 쓰는 마지막 단계, 아웃풋이다. 아웃풋은 생각을 글로 바꾸는 단계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서 2-3시간 동안 글쓰기 모드로 들어간다.  저녁보다 아침에 많이 쓰고, 그 시간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보통 아침은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집중도 잘 된다.  공복이기 때문에 정신이 더 또렷하기도 하다. 글이 잘 써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그 시간에는 쓰는 것에 몰입한다.  정말 안 써질 때는 시간을 정해놓고 막글쓰기라도 한다. 그렇게 글을 쓰는 행동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혼자서 글을 계속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인풋, 소화, 아웃풋의 단계를 거쳐 글을 완성해간다. 인풋이 부족하거나, 소화 단계를 건너뛰면 아웃풋이 잘 나올 수가 없다. 이 단계의 비율을 잘 맞춰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부침도 있었지만, 이 단계를 잘 유지했고, 초고도 잘 제출할 수 있었다.  




초고를 쓰면서 잘했던 점

이번 초고를 쓰면서 몇 가지 루틴, 마인드가 도움이 되기도 했다.  책에서 얻은 소중한 적용점들이 쌓인 행동들이다.


    목표 세우기   

나는 독서에도 글쓰기에도 항상 양질 전환의 법칙을 믿는다.  목표를 정하고 양을 채우는데 집중을 하다 보면 어느새 질적으로도 괜찮을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큰 과제가 있는 경우에는 꼭 숫자로 목표를 세운다. 그 목표가 나의 끝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초고를 쓸 때 가장 먼저 한 일도 전체 써야 할 글의 수를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정별로 글자 수를 나눴고, 그만큼 글을 써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글자 수는 측정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하루 동안 달성했는지, 아닌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준다. 목표 진척 사항도 매일 체크하니  또 하나의 자극제가 되었다.


    '키워드'를 생각하며 흐름 잡기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문맥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맥이 없으면 글이 이해가 되질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글은 목적이 없어진다.  나는 내 초고가 흐름을 잃고 망하질 않길 바랬다. 그래서 글의 내용과 더불어 문맥을 매일 생각했다. 한 권의 책에도  문맥상 글의 핵심 키워드가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은 키워드를 항상 생각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다.


내가 쓴 초고에는 3개의 키워드가 있었고, 그 키워드를 1주에 씩 할당해서 그 주간에는 그 키워드에 대한 글 위주로 쓰기로 정했다. 한 주제에 몰입한다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전체적인 흐름을 잃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키워드로 쪼개서 글을 쓰니 그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있다.


잘 쓰려고 마음먹지 않은 점

매일 긍정문구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 점

블로그에 출간 일기를 쓰며 셀프 동기부여를 한 점


물론 초고 쓰기가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중간에 글쓰기 페이스를 잃고 중간에 힘든 며칠도 있었다. 하지만 초고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한층 더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했고, 그 과정 자체가 중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초고를 한 번 써본 것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경험을 했기에 얻는 것이 있었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읽고 쓰는 사람일 것이다. 이 경험에 또 다른 새로움을 발견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길 스스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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