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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Apr 15. 2020

다시 혼자



안녕


1박 2일의 델리 여정을 마지막으로 두 언니와 헤어졌다. 다음 여행지가 달랐기에 각자의 길로 떠난 것이다. 마지막 인사와 연락처 교환을 끝으로 헤어졌다. 언니들 덕분에 델리 여행이 즐거웠고 처음을 잘 이겨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끝났다. 언니들을 따라 같이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는 않기로 했다. 혼자 떠난 여행이지 않은가. 인도는 넓지만 신기한 곳이라 다른 곳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그때 다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면 될 것이다.


홀로 올드델리 역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즐기기로 했다. 약간의 생활 영어를 써봤고, 인도 사람과 흥정을 해봤다.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혼자만의 여행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기차역 플랫폼에서 자이살메르Jaisalmer로 가는 기차를 기다렸다.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다.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별 보는 것을 유독 좋아했는데, 사막의 별은 어떤 느낌일지 여행 준비를 하기 전 내내 생각이 났다. 인도 여행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5시 반에 출발하는 기차를 기다리다 일본 여자아이와 인사를 했다. 오사카 출신의 그녀 또한 자이살메르로 간다고 했다. 기차를 기다릴 겸 이런저런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헤어졌다.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 인도는 그런 곳이니까.


기차가 도착했다. 5시 30분에 출발하는 기차는 내일 아침 11시 45분에 도착한다. 물론 인도 시간으로 좀 더 걸린다. 여기는 모든 것이 느긋하다. 하룻밤을 보내야 하기에 슬리핑 좌석을 예약했다. 인도는 치안이 안 좋기에 꼭 가방을 붙들고 탔다. 놀라운 건 같은 인도 사람들도 좋은 좌석에 앉은 이들은 자신의 가방을 철사 슬로 꽁꽁 묶어서 넣는다. 슬리핑 좌석은 쾌적했다. 어딜 가나 동양 여자아이는 시선을 받지만 금방 관심이 없어졌는지 각자의 일을 했다.



기차 안에서


기차 안의 풍경을 남기고 싶어 펜을 들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대도 불구하고 나는 일기장에 눈에 보이는 형태들의 선을 이었다. 좋아하는 노래들이 계속 나온다. 눈을 감으니, 아늑한 나만의 공간에 웅크린 느낌이다. 이상하게도 한국에서 타는 기차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를 향한 이동 수단에 탄 느낌이 아닌, 하나의 셸터에서 쉬는 느낌이다.

덜컹거리는 기차에 대해서 앞으로 나 홀로 어떤 여행을 보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그냥 우선 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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