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휴식이란 무엇일까?
크리스마스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올해 나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긍정적인 성장이었다. 새벽 기상을 한 지 1년이 지났고, 글쓰기와 독서에 몰입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교류해서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 여러 수업을 들어 자신에게 투자했고,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올 한 해의 성과 역시 좋았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또 다른 부캐 만들기에 성공했고, 그 부캐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삶에 나 역시 놀란 해였다. 1년 사이에 이렇게 바뀌어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변화를 위해 나 스스로 무리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하지 않으려 했으나, '번아웃'이 온다면 오래 지속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에 모든 일을 안 해보기로 한 것이다. 1년 동안 했던 내가 열심히 쌓아온 루틴을 다 무시하고 쉬어보기. 크리스마스니까 안 해도 된다는 명목도 생긴 것이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는 '휴식'이 나에게 정말 좋을까? 만약 이게 좋다면, 나는 꽤 무리했다고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였다.
그동안 글을 썼던 블로그와 브런치를 신경 쓰지 않으려 어플을 지웠다. 노트북도 치웠다. 독서도 안 하기로 했다. 새벽 기상도 하지 않았다. 휴일이니 당연히 업무에서는 분리된 상태였고 카카오톡 역시 거의 보지 않기로 했다.
즉 완전히 자신이 열중하는 것과 떼어나여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보통 휴식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얻는 것이니까.
7: 30AM
소파에 누었다. 모바일 게임이나 할까 이리저리 앱스토어를 둘러보았다.
전에 해본 '검은 사막'을 깔았다. 게임을 지웠다.
'바람의 나라', '마인크래프트'를 깔았다.
다 10분도 안돼 게임을 지웠다.
예전에 오래 해본 것들이었는데, 그다지 재미가 없어 보였다.
다시 키우자니 노동 같기도 했다.
10:00 AM
오랜만에 네이버 웹툰 읽었다. 최신작들과 보지 못했던 것들을 쭉 읽어 내려갔다.
순간 재미는 있었는데, 다 읽으니 다시 따분해졌다.
12:00 AM
점심에 곱창전골과 맥주를 한 캔 했다.
점심시간에 맥주라니, 오랜만이다.
5:00 PM
약간의 술기운과 따분함에 누워있다. 잠에 들었다.
3,4시간을 자고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꿈을 꾸었는데 기억은 나질 않았다
머리가 아팠다.
충분히 잠을 잤는데 더 자니, 더 오랜 기간 잠을 자는 게 오히려 더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7:00 PM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7시다.
집에서 피자와 케이크를 준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유튜브에서 캐럴을 틀어놓고 나름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
8:30 PM
가요대전과 유튜브 시청을 시청했다.
유튜브에 요즘 잘 만들어진 몇 개의 드라마 요약 리뷰를 보고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요즘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에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0 PM
중간에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오늘은 안 읽는 날이니까.
웹툰 재미있는 건 없나 찾아봤다. 별로 없었다.
내일 무슨 글을 써보지 라는 생각을 좀 하다가 잠이 들었다.
내가 나에게 준 24시간 휴식은 어땠을까?
그다지 만족스럽지도 보람차지도 않았다.
스스로 준 자유인데 어떤 감정조차 들지 않았다. '재미'를 위해 하루를 보냈는데, 자기 전에 침대에서 드는 생각은 '허전함'이었다. 오히려 기존 루틴을 지키면서 소소한 성취감을 얻는 일들이 더 즐거웠다.
크리스마스에 아무것도 안 하고 보니 결론이 나왔다. 지금의 삶이 무리하는 삶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루틴 속에 나는 에너지를 얻고 더 보람차게 보내고 있었다. 좋은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고 덮을 때 드는 감사함,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를 때의 그 후련함. 아침에 마시는 차에서 얻는 따뜻함. 이런 것들이 나에게 더 힘을 주고 삶을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힘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휴식이 아니었다. 목표 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더 즐거운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그때는 즐거울진 몰라도, 마음속 허전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시간을 자기의 루틴을 지키며 산다는 게 남들이 보기엔 고리타분할지도 모른다. 규칙적인 생활이라니 너무 모범적으로 사는 거 아니야? 인생이 재미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도 내 루틴을 만들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은 다르다. 루틴을 세우니 더 자유롭다. 정해진 시간에서 나는 루틴을 지키고,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마음을 놓고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좋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다음 날, 나는 다시 내 루틴을 돌려놨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나의 부캐 생활을 만끽하며 하루를 보낸다. 루틴 속에 자유와 행복이 있음을 깨달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