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막상 있으면 좋은 이유.
아기를 출산하기 전, 오만가지 육아템들을 죄다 접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베이비브레짜(Baby Brezza)다. 브레짜(brezza). 검색해보니 이탈리아어로 산들바람이라는 뜻이라는데 그러기엔 굉장히 요란하게 분유를 내리고 섞어 만들어주는 '분유 자판기'같은 육아템이다.
보통 완모(완전 모유수유, 분유를 먹이지 않고 모유로만 수유를 하는 것을 의미 ; 모르는 아빠들을 위해 적는다)를 할 계획이 아닌 엄마들이라면 이런 고민을 무조건 하기 마련이다.
'신생아 때는 2~3시간에 한 번씩 수유해야 한다는데, 아기가 많이 울기 전에 빠르게 분유를 탈 수 있을까?'
'새벽에 비몽사몽인데 혹시나 분유를 잘못 타면 어쩌지?'
베이비브레짜는 '빠르고 정확하게 분유를 조유해준다'는 장점을 어필하며 시장에 나타났기에 언뜻 육엄빠들의 위와 같은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줄 언터처블 아이템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기계가 생각보다 허술하고, 또 아날로그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구비하는 것이 좋다.
<분유 90ml를 타야 하는 상황에 대한 수입분유, 국산분유 조유법의 차이 (브레짜는 서양식으로 조유됨)>
- 수입분유 : 물 90ml에, 해당하는 분유를 더하여 섞는다. (그래서 젖병 눈금선 90ml보다는 다소 높게 조유된다)
- 국산분유 : 물과 분유를 섞은 양이 90ml가 되게 한다.
그럼, 먼저 서비스를 받는 우리의 딸 권다온 님의 상황을 살펴보자.
다온이는 생후 20일 기준으로 60ml씩의 분유를 평균 3시간에 한 번씩, 그러니까 평균 8회 먹었다.(지금은 생후 약 50일 기준 120ml씩 평균 7회 가량 먹고 있다.) 분유는 수입분유인 힙 콤비오틱 1단계(이마트 제품)를 먹고 있다.
이제, 다온이에게 분유를 공급하는 베이비브레짜의 상황을 살펴보자. (2021년 2월 기준, 베이비브레짜 최신 모델)
브레짜는 최소 조유량 60ml부터 시작하여 최대 조유량 300ml까지, 30ml 단위로만 조유량을 세팅할 수 있으며 수입분유 조유법을 따른다. 분유와 물이 동시에 토출되는 깔때기는 4회 사용 후 한 번 세척을 해 주어야 한다. 물통 용량은 1,600ml이고, 끓인 물을 섭씨 50도 이하로 식혀서 브레짜에 공급해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온이와 베이비브레짜를 연결하는 육엄빠가 해야 하는 과제를 살펴보자.
과제 1) 4회에 한 번 깔때기 청소를 해 줘야 한다. (제일 귀찮음)
과제 2) 매일 밤 잠들기 전에 1,600ml의 물을 끓여서 식혀두고 잔다. (참을만 함)
과제 3) 7일에서 14일에 한 번 기계를 전체적으로 청소해준다. (참을만 함)
결과적으로, 우리는 깔때기 하나를 추가구매하여 하루 평균 8회의 수유를 깔때기 청소 없이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매번 물온도를 맞추고, 분유를 한 스쿱씩 떠서 정확히 깎아 타고, 거품이 생기지 않게 쉐이킹하고, 손등에 떨어뜨려 '감'에 의존해 수유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브레짜가 많은 부분 해소해주었다고 느낀다. 젖병 청소도 매일매일 하는데 하루에 한 번 브레짜에 물 끓여 넣고 정기적으로 청소해주는 수고로움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생각하는 베이비브레짜의 치명적인 단점은 30ml 단위로만 조절가능한 조유량이다. 아기가 분유를 먹는 양을 10ml씩 부담없이 늘려나가려는 입장에서는 큰 단점이다. 다온이가 70ml 분유를 먹어야 했던 때, 90ml중 20ml의 분유는 남기고 버려야 했다. 혹은 이 시기에만 수동으로 분유를 타기도 했는데, 브레짜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닝겐으로서 수동 조유는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최최최최최종적으로 우리는 분유포트 하나를 선물로 받게 됐다. 약 10만원 언저리의 선물을 골라보라는 지인의 제안이 있다면, 무조건 보르르 분유포트 링크를 보내주었으면 한다. (굳이 보르르 브랜드명을 쓴 이유는...나는 메이저 브랜드 혹은 국민브랜드의 신봉자이기 때..문...) 분유타기 전 과정이 통합되었지만 한 번씩 청소를 빡세게 해야 하는 브레짜와 세밀한 물조절과 온도유지가 가능하지만 분유를 수동으로 타야하는 분유포트를 둘 다 구비하고 있다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이렇게 생각하는 예비 육엄빠도 있을 것이다. '에이, 우리 어릴 땐 저런 거 없이도 잘 먹었는데 뭐.' '일단 수동으로 해보고 필요하면 브레짜나 분유포트 사지 뭐.'
판단은 보호자의 자유이지만 굳이 누릴 수 있는 현대기술의 힘을 외면할 필요가 없으며, '필요하다'고 느낀 후에 새벽에 찾아올 피곤함과 아기의 울음소리를 감당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조리원에서 지켜보니 우리 아가는 순해서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 신생아의 발달시기를 보면 소름돋게도 조리원에서 퇴원하여 집으로 온 직후부터 성장통과 용쓰기와 밤중 울음이 시작된다는 것을 이내 알게 될 것이다. 더구나, 주로 밤중 수유를 책임져야 하는 보호자가 한 명이라면 반드시 육아템의 도움은 필요하다. 왜? 보호자의 지속가능성과 건강이 곧 케어를 받아야만 하는 아기 고객님의 건강과 편안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음 편에서는 브레짜고 분유포트고 젖병이 없으면 무쓸모이기에 우리가 써본 유리젖병 vs 국민템(더블하트 PPSU) vs 배앓이방지 젖병(닥터브라운)의 특징과 적용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끝>
※ 아, 제가 쓰는 글들은 모두 상품 제공이나 광고비 없이 기록용으로 남기는 것임을 맹세코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