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집에 맡겨놓은 바지를 찾으러 갔다. 단골로 가던 수선집이 문을 닫아 새로 찾아간 곳인데, 예전 집과 달리 허름하고 좁은 공간에 노부부가 하고 있는 곳이라서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마침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도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돌아가는 그곳에서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노부부는 며칠 전 맡겨 놓을 때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바지를 찾으러 왔다는 나의 말에, 한쪽에 개어 놓은 바지를 챙겨 봉투에 넣어주는 아주머니를 다정한 눈빛으로 응시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재봉틀 앞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바라보는 눈빛에 마치 꿀이 뚝뚝 떨어지듯 사랑이 가득해 보였다. "사장님께서 너무 다정하게 바라보고 계시네요." 그 눈빛에 매료되었는지 입에서 나도 모르게 굳이 안 해도 될 말이 나왔다. 그러자 두 분은 내 말을 듣고 서로를 바라보며 또 지그시 웃으셨다.
아주머니가 나에게 수선된 바지가 잘 맞는지 한번 입어보라고 하시면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이셨다. "우리 아저씨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참 잘 수선해요." 나는 두 분의 다정함에 반해버렸다. 세상 어느 커플에게도 보기 어려울 것 같은 믿음과 사랑이 그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안 입어 봐도 그냥 마음에 쏙 든다며 너스레를 떨며 그곳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그분들의 다정한 웃음이 내 가슴속에 여운으로 남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잔잔한 눈빛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삶의 행복을 찾은 진정성이 느껴졌다. 집에 와서 입어보니 꼼꼼히 수선된 바지가 나에게 꼭 맞았다. 처음에 수선집 겉모습만 보고 불신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바지를 수선하러 갔다가 나의 마음이 같이 수선된 느낌이 들었다. 새로 찾은 마음 수선집 덕분에 바지를 입고 외출하는 하루가 더욱 맑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