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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flow Jul 04. 2024

내 옆에 있는 사람

'아'라는 글자 같은 삶

"나는 '아'라는 글자 같은 삶을 살고 싶어. '아'의
'ㅇ'은 둥글고 '아'는 발음이 열리고 나도 열린 마음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야."

이 글은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쓴 문장이다. 자습 감독을 들어간 교실에서 학생들의 국어 문제집을 훑어보다가 발견했다. 시에서 말하는 이처럼 자신이 꿈꾸는 삶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표현해 보라는 문제에 대한 생각을 써놓은 것이다. 다른 학생들도  '물'같은 삶, '나무'같은 삶, '연필'같은 삶과 같이 표현이 참신하고 기특했다. 개구쟁이 짓만 한창인 남학생들이 그래도 속은 꽉 찼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며칠 동안 '아' 글자 같은 열린 마음으로 사는 삶이라는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말에는 강한 끌림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입을 둥글게 하고 내뱉는 말에는 나쁜 말이 없지 않을까? 나쁜 말을 하려면 자연히 입이 삐죽거리고 입술에는 힘이 들어간다. '아'와 같이 열린 마음은 입 모양처럼 둥글게 함께 사는 좋은 삶을 말하는 것이 되고, 항상 '하하' 웃듯이, '아하'! 하며 깨닫듯이 입을 크게 여는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하는 삶을 뜻하리라.

중학교 1학년 아이에게 열린 마음이란 그런 것일 것이다. 친구들과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책을 떠나서 넓게 열린 세상을 더 알고 싶고, 무엇인가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 나눌 수 있다는 건 흐뭇한 일이다. 누군가를 도운 후의 뿌듯함은 도움을 줘 본 사람만이 아는 감정이다. 선물도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의 입장이 두 배로 행복하지 않은가.

우리는 사람 사이에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함께 나누는 열린 마음은 '아'라는 글자처럼 둥글게 아름답다. 나눌 줄 모르는 둘보다 나눌 줄 아는 하나가 훨씬 행복하다. 시린 손을 불어 데워주거나, 아픈 상처에 입김을 불어주는 '호'라는 글자는 또 어떨까?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좋은 글자를 발견하고 그 글자를 닮아가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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