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나의 우주, 나의 코스모스

by 유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언젠가 꼭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온라인 독서모임 ‘다정한 책생활’에 1기부터 9기까지 참여하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9기의 비문학 선정 도서가 코스모스라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책을 주문할 때 양장본과 보급판 두 종류가 있는 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주문했는데, 톡방에 매일 올라오는 독서 인증 사진을 보니 양장본은 컬러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내용 자체가 어렵게 느껴졌기에, 컬러판 사진이라도 봤다면 이해가 조금 더 쉬웠을까 싶어 양장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내내 아쉬웠다.

나는 책의 내실도 중요하지만 겉모습이 예쁜 것도 좋아한다. 특히 책 사진을 찍을 때 진심이다. 어느 날 아침, 산책을 핑계로 코스모스를 들고 동네 아차산을 올랐다. 사실 산책보다도 멋진 장소에서 책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더니, 10장 가까운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고도 ‘한 장만 더’라는 마음이 결국 화를 불렀다. 하산길에 데크 위 모서리에 책을 세웠고, 그만 책이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책이 떨어진 곳은 높이 약 3미터 되는 데크 아래였고, 산 전체가 데크로 둘러싸여 있어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구청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했지만, 설령 온다 해도 해결책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아쉬운 마음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았다. 낙엽 속에서 외로이 누워 있을 나의 코스모스를 떠올리며 애처로움을 느꼈다. 마음을 달래려 새로 양장본을 샀지만, 가격에 놀라고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기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풀숲에 떨어져 있는 그 책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결국 이틀 뒤, 책이 떨어진 그곳을 다시 찾아갔다. 낙엽에 반쯤 덮여 있었지만, 다행히도 ‘코스모스’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책이 뒤집혀 떨어질 수도 있었는데 제목이 보이게 놓여 반가움은 더 컸다. 그 순간을 남기고 싶어 휴대폰 카메라 줌을 6배로 확대해 책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먼 훗날 누군가가 그곳을 지나가다 이 책을 발견한다면 어떨까.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발견된 코스모스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 책을 손에 든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며 살다 간 사람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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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는 결코 쉬운 책이 아니었다. 우주와 지구, 과학, 철학과 역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들 하지 않던가. 아는 내용이 나올 때의 반가움과, 이해할 때의 뿌듯함은 독서의 즐거움 그 자체였다. 내용이 난해한 순간도 많았지만, 다행히 함께 읽는 다정한 동료들이 자료를 공유해 주고 각자의 생각을 나눠 준 덕분에 그 과정마저 공부가 되었다.

함께 읽은 이들 중에는 이미 여러 차례 책을 읽은 재독, 삼독, 사독의 고수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 사이에서 나는 그저 ‘납작이’에 불과했다. 방대한 내용을 한 번 읽고 바로 이해하려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지 모른다. 그래도 그 낯선 영역에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는 사실이 새삼 뿌듯하다. 다정멤버 중 한 분의 말이 특히 감동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코스모스를 읽은 사람들과 우리는 연결된 거예요.”

코스모스의 마지막 문장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됐다. (중략)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p.556)

오늘도 우리는 힘겹게 하루를 살아간다.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다치게 하기도 하고, 가끔은 지구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거대한 우주의 한 조각, 미세한 지구라는 별 속에서 먼지만 한 우리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결국 겸손과 사랑 덕분일 것이다.

우주를 향한 경외, 지구를 향한 충성, 그리고 인간을 향한 사랑.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광대함 속에서 삶을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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