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알람을 끄고 다시 눕고 싶은 유혹을 간신히 이겨내며 방을 나선다. 요즘 아침마다 하는 나의 일과는 커피콩을 가는 것이다. 지난 연말, 선물 받은 커피콩 덕분에 수동 커피그라인더를 구입했다. 주전자에 물을 채워 끓이는 동안, 커피그라인더를 손에 쥐고 뚜껑을 열어 커피콩을 넣는다. 검고 반들거리는 콩들이 쇠로 된 그라인더의 안쪽에 부딪히며 가벼운 소리를 낸다. 뚜껑을 닫고 손잡이를 잡아 돌리기 시작하면, 낮게 울리는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고요한 아침 공기를 가른다. 곧이어 고소한 커피 향이 코와 뇌를 가득 채운다. 이 시간은 단순히 커피를 준비하는 것을 넘어,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순간을 나에게 선물한다. 마치 오사다 히로시가 말하는 ‘심호흡’처럼.
새해 첫 책으로 오사다 히로시의 시산문집 <심호흡의 필요>를 골랐다. 연말연시를 보내며 흘려보내지 못한 감정들이 마음에 머물러 있다. 흘러간 시간은 아쉽고,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심호흡의 필요>는 숨을 고르는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시와 산문이 어우러진 이 작품집은 일상의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을 단순하고 담백하게 포착한다. 과장된 수식이나 화려한 표현은 없다. 대신 그의 글은 마치 정오의 햇빛처럼 조용히 스며든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하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잔잔히 흐르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안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나 자신의 호흡과 마음의 속도를 돌아볼 수 있었다. 한숨 돌리는 여백 속에서 평소에는 지나쳐버렸던 것들이 한층 또렷이 다가왔고, 그 소중함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오사다 히로시는 심호흡은 단순히 숨을 고르는 행위가 아니라, 그 순간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글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오늘 얼마나 자신을 돌보고, 얼마나 깊이 숨을 쉬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