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다시 삶을 선택했다

그냥 앞으로 나아가기

by 유연

어느 날 인생이 9개월 남았다는 진단을 받는다면 어떨까?
최지은 작가의 <그렇게 나는 다시 삶을 선택했다>는 그런 이야기이다. 저자는 뉴욕에서 미국 기업들의 기업인수합병에 관한 일을 했고, 노르웨이 통신사 텔레노의 아시아 투자를 총괄했었다. 현재는 메타의 아시아태평양 본사인 싱가포르에서 전무로 재직 중이다. 인생의 정점에 있던 37세에 앞으로 살날이 9개월 남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지난해 12월, 이 책이 출간되는 시점에 그녀는 마흔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39세에 위암 진단을 받았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수술을 앞두고 집안을 정리했던 내 모습과 병원에 갈 때마다 주변을 정리하던 저자의 이야기가 겹쳐졌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 살아있고 오늘을 살고 있다. 삶을 향한 강렬한 열망이 기적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에게는 플랜 B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돌아갈 수 없으면 앞으로 나가면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다시 삶을 선택했습니다." (P.240)

시한부 진단을 받은 이야기는 흔히 비극적으로 그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담담함과 희망을 품고 있어 오히려 삶의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글에도 색이 있다면 이 책의 색은 초록이다. 몸과 마음이 가장 약해졌던 시기를 기록한 책이지만 절망보다는 희망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다. 그녀는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눈물에 빠져 허우적대기보다 함께 춤추며 인생을 즐기기를 북돋운다. 하루하루를 정리하며 강건하게 살아가는 그녀에게 오히려 우리가 힘을 얻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최지은 저자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절망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는 그녀의 담담한 태도는 진한 울림을 준다.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살아야 할 이유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 준다. 삶이 언제나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삶이 덧없이 느껴질 때, 죽음을 생각하며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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