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눈
자신에게 가장 슬픈 일은 시력을 잃는 일이라고, 팔다리가 잘리는 것보다 보지 못하는 세상이 더 비참할 것이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어떤 징조도 없이 한순간에 앞이 안 보인다면 어떨까? 육중한 어둠이 두 눈을 덮쳐 온통 까맣게만 보인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무서운 일이다.
미술사학자 토마 슐레세의 『모나의 눈』에서 열 살 소녀 모나는 숙제를 하던 어느 날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는 현상을 겪는다. 놀란 부모는 모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일시적인 실명은 보통 10분을 넘기지 않는다는데, 모나는 무려 63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앞을 보게 된다. 온갖 검사를 다 받아 보았지만, 병원은 속 시원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결국 정신과 치료를 권한다. 모나의 외할아버지 앙리는 의학보다는 색다른 방법으로 모나를 보살피겠다고 나선다.
모나와 앙리는 파리 3대 미술관인 루브르, 오르세, 보부르를 일주일에 한 번씩 다니며 그림 이야기를 나눈다.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에 담긴 사랑과 상실, 고통과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나는 불안을 내려놓고 사유의 확장을 경험한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대범하고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영양제 처방의 효과를 제대로 누린 셈이다. 앙리와의 여정을 통해 모나는 ‘앞을 본다’라는 것이 단순히 시각의 회복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는 눈을 얻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예술은 과연 어떤 쓸모를 갖고 있을까? 예술은 종종 실용적이지 못하다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불안』에서 "삶의 가장 깊은 긴장과 불안에 해법을 제공하는 매체는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예술 작품이 세상을 더 진실하게, 더 현명하게, 더 똑똑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안내해 준다고 강조한다. 『모나의 눈』은 바로 이 예술의 힘을 통해, 삶의 불안을 견디고 성장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보이는 것 너머를 보아야 한다는 거예요. 다른 형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P.591)
『모나의 눈』은 그림을 읽는 법을 이야기하지만, 삶을 읽는 법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삶을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그 이면의 것까지 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우리는 종종 현상에만 머무르고 그 뒤에 있는 의미와 맥락을 놓친다. 그림이 단순한 선과 색채의 집합이 아니듯, 사람과 사건 역시 단순한 겉모습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이 책은 모나의 이야기를 빌려, 우리 모두가 삶을 읽는 방식을 다시 묻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오래 바라보라고. 삶의 결을 포착하는 눈, 보이지 않는 것을 감각하는 눈을 가지라고 책은 말한다.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내 눈은 얼마나 열려 있는가. 나는 과연 제대로 보고 있는가.
토마 슐레세 『모나의 눈』 (문학동네,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