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냉기를 생각하며 끄적
이틀 전, 봄이 올 듯해 보일러를 껐다.
가스비를 아끼기 위해 다시 틀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일이었다. 그랬는데 오늘 다시 틀고 말았다.
체온이 살짝만 떨어져도 하체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체질인데, 오늘이 그랬다. 이틀 전에 보일러를 껐다는 사실을 잊은 채 따뜻한 집에서 쉴 생각만 하며 집에 오는 걸음을 재촉했는데, 그 기대가 독이 되어버렸다.
썰렁한 집 안 온도가 몸서리치게 기분 나빴다. 이건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움받고 있는 기분과도 같았다. 따뜻한 품 대신 냉대받는 기분이 들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 떠오른 건 일찍이 고인이 되신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절약 정신이 유난히 강했다. 겨울에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끄떡없다며 전기장판만 켜고 생활하실 정도였다.
집 안의 냉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다가 암에 걸리고 나서야 찜질방처럼 뜨겁게 올리셨다. 암세포가 냉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더 일찍 아셨더라면 그렇게 빨리 돌아가시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
두 번째로 생각난 것은 SNS에서 우연히 봤던 구호 단체 영상이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에서 사람들이 추위로 힘겨워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었다.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잔혹한 전쟁의 잔해들과 멈춰버린 피해자들의 시간, 그리고 전혀 반갑지 않을 혹한기를 떠올리자 내 마음도 온통 꽁꽁 얼어붙었다.
따스한 온기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나는, 무슨 대단한 자격을 갖춰서가 아니라 그저 운이 억수로 좋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