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봄나물 캐는 걸 참 좋아하셨다.
그래서 어릴 때 어머니의 취미 생활에 동원되어 나와 동생은 깊은 산속까지 따라 들어갔다.
어머니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일이 두어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나물 캐는 일이었다. 손이 하도 빨라서 매번 나의 입은 떡 벌어졌다. 나물 봉지는 놀라운 속도로 가득 채워지고, 새로운 봉지를 꺼내고, 또 꺼내고, 또 꺼냈다.
어린 나는 생각했다.
“나는 죽었다 깨나도 엄마의 나물 캐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거야.”
어머니가 지나간 자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먹을 수 있는 모든 나물이 다 뽑히고 잘려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와 남동생은 산을 이리저리 모험하며 신나게 놀았다. 봄이 내어주는 형형색색의 빛깔과 다채로운 내음들이 우리의 오감을 자극했다.
평소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어린 나를 자주 때리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생활은 즐겁지 않았다. 그러나 봄나물을 캐러 갈 때만큼은 달랐다. 집에서 늘 지적과 험담을 내게 늘어놓는 어머니에게 나는 일찍이 마음의 문을 닫았어도, 봄이 오면 어머니를 따라서 나물 캐러 가는 일은 꽤나 신났다.
그때만큼은, 어머니가 내가 아닌 나물 캐는 일에 몰입해서 좋았고, 나는 동생과 산을 이리저리 모험하며 성장하느라 기뻤다. 봄에 찾는 산은 어머니와 나에게 적정한 거리를 두게 하면서도 함께라는 느낌을 동시에 주었다.
봄의 고운 빛이 깃든 어머니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해 보였다. 집에 돌아와 해주는 나물 반찬은 향긋했다. 그러나 그 축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녹음이 짙어져 갈 무렵, 어머니는 또다시 내게 지적과 손가락질을 시작했다. 물론 얼마 전 어머니 얼굴에 깃들었던 봄의 고운 빛도 사라졌다. 나물의 부드럽던 식감은 내게서 등을 돌렸고, 향기도 나를 떠났다.
나는 다음 해의 봄을 기다리기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후, 나를 찾아온 봄에 아직 채 피지 못한 꽃봉오리를 꺾어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