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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안 Oct 20. 2024

자기만의 책상

작지만 큰 공간이야기

다양한 이야기와 세계가 펼쳐진다. 낮이든 밤이든 작은 일이든 오래 걸리는 일이든.

큰 세상의 이야기가 있고, 작은 이 공간에서 생겨나는 더 큰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다.


생각해보니 나의 첫 책상은 삼촌이 쓰던 오랜된 갈색 나무 책상이었다.

한 사람이 앉아 쓰기에 적당하고, 앞 쪽에 책꽂이가 있어 눈을 들면 내가 지금 집중하는 것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책상의 존재에 취향의 책상을 원하게 되면서,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나는 정확하게 어떤 형태의 책상을 부모님께 요구했다. 긍정도 부정도 안하셨던 뜨뜨미지근한 반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나고 여느때처럼 조용한 집으로 하교했던 한적한 오후였다. 내 방 창문 바로 앞 그 자리에 정확히 내가 원하는 밝은 책상이 원래 있었다는 듯이 놓여 있었다. 나는 너무 놀랐고 뛸 듯이 기뻤다. 이게 처음으로 내가 온전히 점유하게된 나만의 새 책상이었다.


이 작은 나만의 책상에서 일기도 쓰고, 이리저리 꾸며도 보고, 편지를 쓰고, 라디오에 사연도 보내며 많은 시간과 이야기가 쌓여 갔다. 대학생이 되어 집을 나오기 전까지 언제나 내 방에 크게 차지하고 있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나에게는 화장대는 없어도 책상이 부재했던 적이 없다. 10대 초입의 나만의 책상으로 시작된 후 인생 40년차가 되어가는 지금도 나는 책상에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펼치고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책상이 꼭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작은 책상의 세상에서 가장 솔직하고 다정한 이야기들이 온전히 펼칠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내가 책상에 않아 이 글을 쓰고 있듯이.



2024.유안

#공간의마음 #책상예찬 #자기만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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