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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ve bin Feb 09. 2023

심하게 우울할 땐 이렇게

우울한 일들이 한꺼번에 올려오는 날이 있다.


부모님의 심한 싸움으로 엉망진창인 집 분위기, 실습을 하고 싶었던 병원에 보냈던 메일에 '죄송합니다'라고 온 답장, 우울하다는 친구의 전화, 오늘따라 이상하게 된 화장까지.


나한테 왜 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에 나는 악을 쓰며 책을 읽거나 이빨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곤 했었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이런 거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날들이 있었다. 또 내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 더 속상해할 가족들이 눈에 밟혀 괜히 더 오버해서 웃었을 때도 있었다.


책을 몇 시간째 붙들고 있었는데 몇 시간 동안 같은 페이지에 머물고 있다거나, 넘기긴 넘겼는데 도통 무슨 내용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거나. 이런 내 모습을 보고서는 또다시 분노가 차올랐다. "이거 하나도 못 이겨내?" 그러다가 괜히 아주 오랜만에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가, 나 빼고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고는 눈물을 그렁그렁하는 모습까지 나에게는 있다. 괜히 카톡 프사를 지웠다가, 기분 안 좋은 티 내는 게 유치해 보여서 다시 프사를 올렸다가. 아무래도 나한테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면서도, 이런 나 자신이 유치해보기도 해서 그랬다


힘들게, 밤늦게 되어서나 잠이 들었다가 깬 나는 시계를 보고 또 마음이 안 좋아진다. "또 늦게 일어났네". 이런 패턴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우울을 낳는 이 패턴을 깰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 방법은 1. 그냥 눕거나 2.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1번의 중요한 포인트는 '잠이 안 와도' 그냥 눕고 잠을 청하는 것이다. 잠이 정말 안 와서 시계를 보고 싶거나 핸드폰을 하고 싶어도 꾹 참아야 한다. '그냥' 누워야 한다. 나도 중간에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책상 앞에 앉아서 뭐라도 하고 싶은 충동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누워있어야 한다. 새벽 3시, 5시, 이렇게 아주 늦은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이럴 때면 그다음 날 안 피곤해도 피곤한 느낌이 든다. 왜냐면 내가 얼마나 늦게 잤는지 이미 알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피곤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2번은 감정을 혼잣말로 풀든,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내 감정을 안에서 밖으로 꺼내야 한다. 안에 있으면 고이고 썩는다. 감정들을 안에서 곪게 두면 나중에 나만 아프다. 내 성격상 친한 친구에게도 갑자기 전화해서 나의 우울과 짜증을 나눌 위안은 못된다. 그림이나 글은 내 감정을 표현하는 아주 건강한 방법이다. 게다가 무해하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내 감정을 시각화하고 외현화한다.


나는 명료한 무언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림으로 내 마음을 추상화시켜 표현해 본 뒤, 그림을 바탕으로 내 생각과 감정이 어떤지 힌트를 얻는 편이다.


감정이 극에 치달을 때는 일단 1번(눕고) 다음날 2번을 해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밑그림은 <곪음>이라는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이 작업은 처음에 굉장히 괴상하고 이상한 피가 나오는 그림을 그리려고 하였으나, 그림을 그리면서 기분이 좋아져 피가 파란색 방울로 변해간 모습이다.

<곪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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