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ve bin Mar 21. 2023

스토킹을 당했을 때

나는 이메일이 이렇게 무서운 스토킹 도구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이메일이 오는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회유도 통하지 않고, 회유를 하는 과정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만 듣고, 괴물같이 변해가는 한 사람을 보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를 데려다주고 바래다준다는 따뜻한 배려가 스토킹의 쉬운 먹잇감이 될 줄 몰랐다.


나에게 닿을 수 있는 수단이 이렇게 많은 것이 끔찍해질 줄 몰랐다.


핸드폰 번호를 차단했더니 공중전화로 오고, 다른 사람 핸드폰으로 오고, 회사 번호로 오고, 이메일로 오고, 사방팔방 나의 흔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찔러보는 그 방식이 이 정도로 끔찍하고 소름 끼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몰랐다.


전화 10통, 20통이 넘게 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길을 걸을 때마다 두려움에 떨면서 뒤를 휙 돌아보고 앞 뒤를 경계하면서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되고 스트레스받는 일인지 몰랐다.

버스를 타서도 모든 탑승객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감을 느끼는 이 피곤한 삶이 나에게 있을 줄은 몰랐다.


여느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아내를 미친 듯이 패서 반죽음을 만들어놓고 다음날 아침 무릎을 꿇고 싹싹 비는 사람도 아닌 남편 같은 사람을 내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너무 보고 싶어서 병원에서도 뛰쳐나와서 나를 보려고 하던 그 사람의 끈질김이 엄청난 분노로 바뀌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라는 분노는 생각보다 엄청난 욕설과 저주로 바뀌었다. 살면서 듣지도 못할 별의별 욕을 다 들으면서 나 또한 분노했다. 이 상황에서도 나는 회유를 하려고 했으나, 회유를 왜 했냐고 또 나를 꼬시려고 별 짓을 다했다는 그 말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미친 듯이 사랑한다고 했다가, 너는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끔찍한 발언을 뱉던 그와 헤어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런 사람을 애초에 왜 만났을까 하는 후회감도 막심하게 든다.


나는 너무너무 무섭고 소름이 끼친다. 심장이 시도 때도 없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린다. 멀리서 그 사람의 실루엣을 볼 때면 나는 아주 먼 길로 집을 돌아가곤 한다.


일상의 전반은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게 되고 냉소와 날카로움을 극도로 만드는 것, 이것이 스토킹이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가장 훌륭한 적이 될 수 있다는 말에 100번 동감한다. 이러다가는 인간에 대한 신뢰도 잃을 판이고, 그렇게 살아가기는 싫기 때문에 이렇게 기록하고 적고 이것은 그 사람 개인의 범죄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세상엔 이런 미X놈이 있다.


(다음편 : 스토킹을 할 확률 높은 사람 특징_개인적 의견)

매거진의 이전글 이 세상에 엄마가 없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