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표현하고 마음껏 상처받지 받지 않았으면
오후 6시에 좋아하는 사람 친구와 약속이 있었다. 약속 시간 전 5시쯤 서점에 들렀다가 마침 친구 생각이 나길래 책 한 권을 깜짝 선물로 사서 선물한 적이 있었다. 이런 선물에 고마워하고 감동받는 친구도 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을 통해 본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느꼈기 때문일거다.
반면 깜짝 선물(물론 모두 고가는 아니었다)을 받으면 고마움보다는 당황한 느낌을 내비치는 친구도 있었다. 아마도 선물을 주는 의도(ex) 나에게 부탁할 게 있나?)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혹은 본인도 나중에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들었기에 그런 표정을 지었을 수도 있다.
친구가 좋아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그런 선물을 자주 했던 나는, 기쁨보다는 당황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서운하고 실망스러웠다. 신경써서 표현한 정성스러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친구가 야속한 적도 있다. 그래서 조금 창피하게도 혼자 마음을 썼다가 혼자 마음을 접어버린 적도 몇 번 있는 것 같다. 서로의 마음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이상적인) 생각도 했다. 왜 사람들은 정이 이렇게 없고 늘 사람이 무언가 의도를 갖고 행동한다고 짐작하는지(의도가 없는 행동이었으니) 억울할 지경이었다.
10년은 어렸을 때, 이처럼 나의 마음을 전부 표현하는 것이 '옳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어때서?라는 생각에. 어쩌면 옳고 그르다라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 않을 것이다. 선물이라는 수단으로 친구를 기쁘게 해준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일수도.
지금은 오히려 부담을 느꼈던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지경이다. 관계라는 것은 결국 경제적이든 정서적이든 균형을 맞춰나가야 유지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쪽이 어떤 이유에서든 부담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멀어지게 되어 있다.
표현하려고 했던 마음을 부담스러워하는 친구에게는, 에전처럼 혼자 상처받고 마음을 접을 것이 아니라 다음부터는 친구를 부담스럽지 않게 나 스스로 나의 표현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다르다. 선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와의 거리가 그렇게 가까워지길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다. 이성이라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을 하여 관계가 꼬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만 해도, 친구가 내가 생각난다는 이유로 매일 나에게 전화를 거는 친구는 솔직히 조금 피곤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친구가 실망할 것 같다는 피곤한 생각이 들고, 받아야 할 것 같은 모종의 압박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아주 예전에 한 교회에 처음 갔을 때, 밝고 친절한 어떤 오빠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말을 듣고 이해가 안 갔던 적이 있었다. 저렇게 밝고 말도 먼저 잘 걸어주는데 왜 사람들이 그 오빠를 피할까,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이유로 이성과 동성을 가리지 않고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사람들에게 다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당시 그 오빠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너무 서운하다는 말을 하며 고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차마 나는 그때 솔직하게 내 의견을 말해주지 못했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은 객관적으로는 이쁘다고 볼 수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타인의 행동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