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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ve bin Jul 11. 2024

섬뜩한 이기주의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엠뷸런스의 소리는 확실히 크고 요란하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놀라게 만든다. 그럼에도 엠뷸런스의 소리가 우리에게 소음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엠뷸런스가 그런 소리를 내며 지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고, 그 안에 타고 있는 누군가는 나의 가족일 수 있고, 일분일초가 급박할 것이라는, 그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그 사람의 가족들, 그리고 함께 타고 있는 구급대원들과 이런 상황에서 안전하고 빠르게 운전을 해야 하는 초조한 운전기사님까지. 그들의 애타는 마음을 우리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에 꽤 민감한 나도, 한 번도 그 소리를 '소음'이라고 인식한 적 없었다. 오히려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사람들이 길을 멈추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차선을 절대 내주지 않는 자동차들이 모세의 기적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선함을 드러내는 그 광경은 서로에게 선량한 시민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모종의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고나 할까?


불행하게도 오늘, 엠뷸런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길을 건너고 있는 행인들조차 엠뷸런스가 먼저 지나갈 수 있게 당연하게도 길을 터주는 모습을 보며 따스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 하나 살리겠다고 이렇게 나의 고막을 찍어야겠냐?"라고. 친구에게 화가 난 듯 이렇게 말을 하였다. 거기에 친구는 다소 황당한 듯이 "그래도 사람이 위급한데 어떻게 해"라고 하니 다시 그 소녀는 말했다. "나랑 상관없는 사람보다 내 고막이 더 소중해"


표정관리의 달인인 나도 불쾌한 감정과 찡그리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불쾌할 정도로 이기적이고 솔직한 그 소녀의 말은 아직도 충격적이다.


그 소녀가 부디, 다른 사람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마음 쓰이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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