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은 귀여운 아가를 놀리기 위한(?) 애교 섞인 질문 정도로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렸을 때 분명 들어본 적이 있는 흔한 질문 같은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어린아이한테도 굳이 이 질문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엄마가 더 좋다고 말하면 아빠는 서운할 것이고, 아빠가 더 좋다고 말하면 엄마는 서운할 것이다. 속마음을 필터 없이 그대로 말한 아이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보며 적잖이 당황스러울지 모른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면, 어린아이들의 세상의 전부인 '엄마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과 대화의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을 들은 당신은 당황할 가능성이 크다. "한 20년 전쯤 들어본 것 같은 질문이기는 한데... 무슨 대답을 기대하고 물어본 질문이지?"
내가 그랬다. 우리 엄마 아빠와 안면도 있고 대화도 충분히 해본 70세 사람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이런 무례한 질문을 기습적으로 한 바람에 당황하였다. "글쎄 엄마랑 더 친하긴 한데.. 누가 더 좋고 아니고는 없죠"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다른 어른이 이 대화를 듣고는, 그렇게 이상한 질문이 어딨냐며 무슨 얘를 초등학생 취급을 하냐고 어이없어하시더라.
거기서 그만했으면 좋으련만. "내가 너라면....... 누구 좋아할지 알겠다"라는 말을 뱉어버린 그 어른은 정말이지 불쾌감을 왕창 주었다.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던 나는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더이상 말을 하기가 싫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이 우리 부모님에 대해 더이상 언급하는 것이 언짢았다.
"내가 너라면 엄마를 좋아하겠다"라는 말을 하려고 한 거라면, 그러면 우리 아빠는 안 좋아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같이 들릴 것 같다. "내가 너라면 아빠를 좋아하겠다"라는 말을 하려고 한 거라면, 우리 엄마를 깎아내리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할 것 같다. 여차저차 불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조금 억울한 것은 처음 그 쓸데없는 질문을 들었을 때 내가 애써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려고 노력한 점이다. 아직도 어떤 질문이 들어오든 어쨌든 답을 해줘야 한다는 자동적 사고를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우리 엄마와 아빠 중에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더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그 부모님의 딸은 나의 앞에서 편 가르기를 하려는 그 사람의 마음이 참 시커멓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생각하면 될 것을 꼭 입 밖으로 내뱉에서 화근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