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떨어져서 일한다는 것, 먹고살잡 인터뷰 발행을 보며
원할 때마다 '제주도 한 달 살기' 가능한 회사, 민병철유폰(민병철교육그룹)
2022. 4: 29. 금 발행
먹고살잡 이은지 님 작성, 플렉스웍 도움.
원할 때마다 '제주도 한 달 살기' 가능한 회사가 있다, 없다? 있다!
어쩌다보니 우리 회사의 Key Feature가 되어버린 자율환경근무제도(WFA, Work from Anywhere).
솔직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하는 회사들 많고, 원격근무하는 내노라 하는 회사들 많다.
재택근무 환경 세팅을 여유로운 예산으로, 금전적인 지원이나 가구 등 실물 지원을 해주는 회사들도 있다. 재택근무 도입과 함께 고가의 장비, 업무 협업툴, 보안툴 새롭게 한번에 재정비하는 회사들도 있다.
부럽다. 솔직하자면 우린 그 정도까지 넉넉한 살림의 회사는 아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한다고, 지금 우리가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전격원격근무하고 자율좌석제한다고 하면 다른 인담자들이 어떤 시스템 쓰냐고 물어본다. 시스템은 무슨.. 그냥 구글스프레드시트로 한다. 푸하하. 하지만 직원 120명 수준에는 앱 구축 보다 엑셀이 효율적일 수 있다. 사무실에서 데스크탑 쓰셨던 분들을 재택근무 병행을 위해 장비를 랩탑으로 한 번에 바꿔주기 부담되어서 데스크탑을 집으로 먼저 가져가시게 하고, 최근 2년에 거쳐 차근차근 랩탑으로 바꿔드렸다. 그게 지지난달에 겨우 끝났다. 그래서 숫자적으로, 지원이 되는 규모 정도로, 예산으로, '뽀대나는' 걸 따져본다면 참 보잘 것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우리만의 방식이 있다.
우리 조직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중요한 것은 '요새 뭐가 핫한데? 남들이 뭐하는데?'가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게 우리의 방향과 맞는 거야?'가 중요하다. 철학에서는 이것을 존재의 이유로, 브랜딩에서는 이것을 아이덴티티로 부른다.
우리 회사 WFA의 아이덴티티는 신뢰다. 그래서, 내가 그 어떤 회사의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보다 우리 회사의 WFA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신뢰' 그 자체다.
우린 핵심가치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했고, 조직구성원들을 먼저 믿었고, 사람들은 그 믿음에 보란듯이 열정과 퍼포먼스로 화답했다.
'재택하면 일어나서 씻지도 않고 편하게 일하는 거 아냐?'
'재택하면 좀 편하게 낮잠도 좀 자고 하겠네?'
'재택하면 뭐 애들 보기도 편하고 일도 널널하겠네?'
하지만 우리 회사 직원 분들은 저게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임을 안다.
처음에는 아들이, 딸이, 하도 회사를 안 가서, 부모님과 같이 사시는 분들은,
'너도 요새 코로나 때문에 회사 잘렸니..?' 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단다 ㅎㅎ
그런데 정말 쉬지 않고 일하고 미팅하고 다시 일하는 모습을 보고는 '다행히 잘린 건 아니구나'라는 말씀들을 하셨다고 한다. 점심밥을 딱 12시에 맞춰서 먹으면 '집에서 일하는데 제발 10분 먼저 먹으면 안 되니?'라고 하신단다. 그래도 Integrity(우리의 첫번째 핵심가치이자, 6개 핵심가치의 전제다) 넘치는 나의 동료들은 칼 같이 12시가 되어야만 자리에서 일어난다. 메신저에 서로 '맛점하세용!'을 남기고.
재택근무를 하면 이렇게 메신저는 말할 것도 없다.
미팅? 사전에 계획된 미팅은 물론 즉각적인 논의나 캐치업 미팅도 많아진다.
무엇보다 업무량이 압도적으로 늘어난다.
신뢰가 기반한 '진짜' 재택근무를 하는 조직에서는, 우리가 일하는 '척'하는 모습이 통하지 않고, 오로지 보이는 '결과물'로만 서로가 서로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이 일 좀 해보라고 말해야만 움직이는 사람들은 원격근무에 적합하지 않다.
스스로 내가 일을 찾아서 하고,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조직하고 움직이고 기꺼이 손을 내밀고 잡아줄 수 있는 이들이어야 가능하다.
즉, 책임감 있고, 주도적이고, 공감하고, 상대를 도우는 피드백을 할 수 있는, 타고난 기버(Giver)들이자 팀 플레이어, 아주 고차원적인 셀프 컨트롤 역량을 가진 이들이어야 가능하다.
우리 조직 안에서는 이런 이들을 winning 팀원으로 부르며, 가치에 기반한 저 프로다움을 우리는 매월 서로 평가한다.
사회에서는 이런 이들을 흔히 '프로'라고 부른다.
결국 WFA는 프로를 위한 제도다.
WFA는 적당히 일하고 많이 놀고 싶은, 소위 복지로 꿀 빨고 싶은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복지로 접근할 일도 아니다. 조직과 개인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채용 시에, 단순히 재택근무만을 보고 지원한 분들이 계신다면 면접평가표에 마이너스 점수를 기록한다. 이런 생각만으로 입사지원을 하는 게 왜 마이너스 요소인지를 공감하는 사람들이어야만, 원격근무 구조 안에서 비로소 제대로 일할 수 있다. 자율과 책임의 가치에 의거해서 말이다..
조직의 선한 의도를 그대로 선하게 이해하고 행동해주는 나의 멋지고 바쁜 동료들이 이 인터뷰 글을 보고 스스로의 프로다움을 다시 감지하고, 이 정신없음을 감내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풀파워로 달리는 자신들을 스스로 더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이름 빼고 다 바꾼 우리의 도전이 꼭, 더욱, 멋진 열매를 맺을 수 있길..
오늘은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자야겠다.
오늘만큼은 웅크리지 않고 두 발 뻗고 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