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끝나고 진짜 시작된 이야기는 신혼여행이라는 이름의 현실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신혼여행을 사랑의 완성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곳은 우리가 서로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첫 번째 시험장이었다.
신혼여행을 가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들 말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해서 아쉬운 것이 많았다. 특히 신혼여행에서 신랑이 향신료를 그토록 싫어한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태국 음식이 그렇게까지 향신료의 향기로 가득 찬 음식인지도 그때 처음 깨달았고, 결국 일주일이 넘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다.
물론 친절한 가이드가 KFC에서 햄버거를 공수해 주긴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절망적이었다. 결국 아마도 신랑이 내가 음식에 이렇게 예민한 사람인지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을 것이다. 연애 시절에는 아무래도 신랑이 먹자는 대로 끌려다니다 보니 이거 못 먹어, 저거 못 먹어 같은 이야기를 그다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필터가 모든 것을 포용해 주었던 탓일까.
신혼여행을 간 첫날, 향신료가 가득 들어간 음식들을 입에도 대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며 신랑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그 순간부터 우리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낯선 타국에서, 낯선 음식 앞에서 꼼짝도 못 하고 서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하며 우리는 서로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자는 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잠도 쉽게 오지 않았고, 새벽 내내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내 모습을 보며 신랑은 불안해했다. 낯선 침대, 낯선 공기, 낯선 소리... 모든 것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둘이서 진지하게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틈도 없었고, 태국이 당시 우기였기에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는 와중에 우리는 스킨 스쿠버를 하게 되었다.
다른 신혼부부들이 패키지여행에서 스킨스쿠버를 할 때 신부들은 대부분 무섭다고 하지 않고 신랑분들 혼자만 했지만, 유일하게 나 혼자만 용기를 내어 물속으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본 바닷속 세계는 정말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물속 세계는 내가 알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산호들은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보였다. 햇빛이 물을 통과하며 만들어내는 빛의 춤은 정말 경이로웠다. 그 순간 나는 인간이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인지 깨달았다. 물 밖으로 나와 정말 나는 이 세상에 먼지 같은 존재구나 싶을 정도로 바닷속의 경이로움에 압도당했다. 하지만 그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풀빌라로 돌아오는 도중에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허리까지 차는 물이 순식간에 불어났다.
아이고... 주머니 속에 있던 소중한 핸드폰은 저 세상으로 떠나버렸다. 이렇게 허당이라는 것도 신랑은 그때 처음 알게 되었을 것이다. 신랑이 혼잣말로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네...'라고 하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한마디가 내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결혼은 정말 현실이다. 연애 시절에는 전혀 몰랐는데 신랑은 정말 고릴라 같은 사람이었다. 예민한 나와는 정반대로 신랑은 둔감한 사람이었다. 올빼미형이라 잠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그 걸음걸이 하나로 온 집안사람들을 다 깨우는 친구였다. 자기 몸은 깨끗이 씻는데 주변 환경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청소는 늘 나의 몫이었고, 설거지를 시키면 결국 다시 내가 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이상하게 연애 시절에는 왜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았을까?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안개가 모든 단점을 가려주었던 걸까.
신랑은 주말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나는 쉬는 날에는 오후 늦게까지 잠을 자고 집에서 편안히 빈둥거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신랑은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술을 마시더라도 친구들을 불러서 함께 시끄럽게 마시는 것을 좋아했고, 나는 혼자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신랑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미술관이나 피아노 리사이틀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신랑은 그런 문화 활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우리의 취향은 마치 남극과 북극처럼 정반대였고, 그 차이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큰 벽으로 다가왔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나는 결혼 전에 상의하지 못했다. 바로 종교 문제였다.
나는 가톨릭 신자였고, 초등학교 때 세례를 받았으나 20대에 잠시 냉담한 상태였지만 언젠가는 다시 성당으로 돌아갈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중요한 부분에 대해 신랑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아이를 낳았을 때 가장 많이 부딪힌 부분도 바로 이 종교 문제였다. 신랑과 시댁은 개신교였지만, 다행히 절실한 종교인들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성당에 다니는 것이 가능했지만, 첫 영성체나 성당에서 혹여나 사람 간의 문제가 생기면 신랑은 전혀 그런 부분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나중에 이 부분은 정말 많이 후회되었다. 맨 처음 연애할 때 이 중요한 문제를 확실히 정리해 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에 가면 서로 손잡고 오는 가족들을 볼 때마다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꼭 아빠가 참여해야 하는 성당 행사에는 신랑이 기꺼이 참여해 주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신랑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비록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나를 위해 함께해 주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결혼생활이 시작되면 현실로 부딪히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 서로 전혀 몰랐던 단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연애 시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미처 나누지 못했던 의견들이 충돌하며 소용돌이처럼 온 집을 휩쓸고 가기도 하고, 때로는 나와 신랑의 문제가 아닌 시댁의 일로, 또는 친정의 일로 부딪힐 때도 있다. 초반에는 후회할 때도 많았다. 내가 왜 이 결혼을 했을까?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가 아닐까? 그런 의문들이 밤마다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모든 것의 시작은 늘 그렇다고 생각한다. 미흡하고, 온전하지 못하고, 서로의 의견만 내세우는 일들이 많아진다. 이것은 모든 부부들이 당연히 겪어야 할 과정이며, 이런저런 후회를 하는 것이 바로 결혼 생활의 일부다. 그것이 바로 현실의 무게이며, 사랑이 감정에서 책임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깊은 대화와 많은 대화뿐이다.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며,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함께 하는 노력이 정말 필요하다. 그중에서 대화는 마른땅에 내리는 생명수와도 같다. 대화를 할 때 서로를 낮추며 내가 져줘야지 라는 생각으로 함께 이야기한다면 그 대화는 정말 잘 풀린다. 서로를 이기기 위한 대화는 대화의 질만 낮아지고, 서로 스트레스만 받을 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툭하면 싸웠다. 나는 울면서 짐을 싼 적도 많았다. 막상 갈 곳도 없으면서도... 그런 내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어 보인다. 정말 십 년 전의 일들을 생각해 보면, 나는 왜 신랑을 좀 더 부드럽게 안아주지 못했을까? 그 사람이 하는 말들을 그땐 왜 더 깊이 들어주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꽤 오랫동안 우리 신랑은 혼자서 나에게 많은 희생을 하고, 배려하고, 이해해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젠 내 차례라고 생각했다. 받은 것이 많기에 내가 돌려주어야 할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이구나 싶었다.
부부는 그런 것이다. 어차피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면서 서로 동등해지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다. 이것은 단순한 협력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생명선을 서로에게 맡긴 가장 깊은 신뢰의 관계다. 누가 더 많이 주고, 누가 더 많이 져주고를 계산하는 순간, 그 관계는 이미 기계적인 거래로 변질된다. 대신 이 사람이 오늘 나에게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었다면 내일은 내가 그의 지친 어깨를 주물러주고, 이 사람이 오늘 나의 불평을 끝까지 들어주었다면 내일은 내가 그의 고민을 진심으로 공감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결혼생활의 본질이다.
죽도록 미워도, 죽도록 화가 나도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결혼의 가장 큰 무게이자 가장 큰 축복이다. 도망갈 수 없기에 우리는 마주해야 하고, 마주해야 하기에 결국 이해하게 된다. 바로 이 가정 안에서 모든 갈등을 해결해야 하고, 어른답게 한 결혼이니 서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강제로 성장시킨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그렇게 점점 익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익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법을 배우고, 서로의 약점을 감싸안는 법을 배우며, 서로의 꿈을 응원해 주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결혼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며,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이다. 그 선택은 아침에 일어나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지어주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힘들다고 말할 때 비난하지 않고 그저 안아주는 선택, 실수했을 때 꾸짖기보다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선택, 서로의 꿈을 비웃지 않고 함께 고민해 주는 선택. 이 모든 작은 선택들이 모여 거대한 사랑의 성벽을 쌓아 올린다. 매일 선택하고, 매일 노력하며, 매일 이해하고자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다. 그 노력은 때로 지치고, 그 이해는 때로 어렵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가장 깊은 부분까지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결혼생활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진리이며, 가장 아름다운 깨달음이다. 사랑은 영원한 감정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선택하는 결단이며, 결혼은 행복한 결말이 아니라 함께 써 내려가는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 이야기에는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충돌도 있고 화해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서로를 더 깊이 알게 만들고,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며,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결혼은 가장 어려운 동시에 가장 값진 여정인 것이다. 이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서로에게 매일 감사하며, 오늘도 사랑을 선택하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욕구였습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우리에게 주는 환상과 현실의 괴리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을 '해피엔딩'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순간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저의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신혼여행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서로의 낯선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은 실제로 제가 겪었던 일입니다. 향신료에 대한 거부감, 낯선 환경에서의 불안, 서로의 성격 차이... 이 모든 것이 결혼 생활의 시작을 어떻게 예고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사랑의 필터'가 걷히고 나서야 보이는 서로의 진짜 모습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부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대화의 중요성'입니다. 저는 결혼 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가 서로의 차이가 아니라, 그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부족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진정한 소통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결혼이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매일 선택하고, 매일 노력하며, 매일 이해하고자 할 때 비로소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이 감정에서 책임으로 변해가는 과정, 그것이 결혼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자신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완벽한 부부는 없습니다. 다만 매일 노력하는 부부가 있을 뿐입니다. 서로의 단점을 끌어안고, 장점을 칭찬하며,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진정한 결혼 생활의 모습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이 글이 결혼을 앞둔 분들에게는 현실적인 준비를, 이미 결혼한 분들에게는 위로와 공감을, 그리고 모든 분들에게는 사랑과 이해의 소중함을 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결혼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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