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예식 당일, 어떤 문제로 많이 싸우는가

― 사랑이 현실과 처음 부딪히는 날

by 유다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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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은 사랑의 축제라 불리지만,

그날의 하객 중 가장 많이 울고 웃는 건 신랑 신부가 아니다.

나는 웨딩홀 실장으로 13년간 수백 쌍의 예식을 진행하며 깨달았다.

결혼식은 ‘행복의 무대’이기 전에, ‘관계의 진실이 드러나는 시험대’라는 것을.

아무리 준비가 완벽해도, 그날의 공기는 언제나 예민하다.

부모님의 한마디, 친구의 태도, 예식장의 사소한 실수까지

모두 사랑의 신뢰를 흔든다. 오늘은 그동안 내가 직접 목격한 ‘결혼식 날 싸움의 순간들’을 통해,

사람과 관계, 그리고 결혼이라는 제도의 본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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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돈 간의 예의가 무너질 때― 결혼식장의 가장 큰 폭탄


결혼식은 두 사람의 날이지만, 현실은 ‘두 집안의 만남’이다.

그 만남이 조심스럽지 못하면, 예식은 쉽게 무너진다.

한 커플은 예식 전 상담부터 불안했다.

시어머니는 친정어머니께 “우리 아들 대학 나왔잖아요. 신부는 뭐 하죠?”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그 자리의 공기는 단숨에 얼어붙었다. 나는 중재하듯 웃으며 “오늘은 기분 좋게 이야기해요”라 했지만,

예감은 정확했다.

결혼식 당일, 신부대기실에서 시어머니가 “너 복받은 줄 알아라. 우리 아들 같은 애를 어디서 만나겠니?”

그 말을 들은 친정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폭발했다.

“이 결혼, 오늘로 끝이야.” 하객들은 식장 밖으로 빠져나갔고, 홀은 순식간에 적막했다.

스드메, 폐백, 원판—all 완납.

하지만 남은 건 서로를 향한 상처뿐이었다.

신부는 임신 중이었고, 친정어머니는 오히려 딸의 미래를 지키려 했다. 결혼식이 무산된 그날, 나는 생각했다.

“결혼이란, 사랑보다 관계를 먼저 시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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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축의금 ― 돈보다 무서운 감정의 거래


결혼식 당일, 가장 빈번하게 벌어지는 싸움은 바로 돈 때문이다.

“축의금은 누구의 것인가?”

부모님은 말한다.

“우리가 평생 경조사 다니며 얻은 인맥으로 받은 돈이야.”

신랑은 말한다.

“우리 친구들, 회사 동료들이 낸 돈은 우리 몫이죠.”

신부는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그럼 제 친구 축의금은 제 쪽으로 따로요?”


예식 후 정산대 앞에서, 그들은 갑자기 계산기가 아닌 감정의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나는 늘 이렇게 조언한다.

“결혼식 축의금은 계산이 아니라 합의입니다.”

사전에 부모님과 정리하지 않으면 그날의 ‘돈’은 사랑을 시험하는 가장 잔혹한 장치가 된다.

요즘은 폐백비가 신부의 유일한 개인 몫이다.

시댁이 전통적으로 신부에게 전하는 ‘축복비’이기 때문이다.


그 외의 돈은 미리 구분하라.

부모 손님 → 부모님,

본인 친구 → 본인,

공동 손님 → 예식 비용 보전.

왠만하면 결혼식 전 양가 부모님께 각자 축의금을 어떻게 하실 건지 무조건 물어보고 합의를 하는 것이 좋다.

이 단순한 정리 하나로 결혼식 당일의 절반 이상의 싸움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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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간의 균열 ― 단 15분이 모든 걸 바꾸는 날


결혼식 날의 시간은 초 단위로 흐른다. 리허설이 10분 늦어지면 스냅 촬영이 20분, 폐백이 30분 밀린다.

한 신부는 리허설 중 울음을 터뜨렸다. 신랑,신부님이 지각했고, 메이크업은 서둘러야 했다.

신랑은 “너 준비 좀 빨리 하지 그랬어.”

신부는 “내가 늦었어?” 두 사람은 서로의 잘못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사진은 급히 찍혔고, 그 사진 속 두 사람은 웃고 있었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번져 있었다.결혼식은 ‘타임라인’이 아니라 ‘감정선’으로 흘러간다.

10분의 지연보다 무서운 건, 그 시간 동안 쌓인 불안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결혼식은 완벽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의 감정이면 충분합니다.”

라고 말해준다. 행복한 얼굴이 꼭 웃는 얼굴은 아니니까.

꼭 전날 늦지 않게 두 분이 일찍 잠을 청하고, 일찍 일어나 뒷 타임을 신경써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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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드레스의 무게 ― 아름다움과 불안의 경계


한 신부는 본식 직전 드레스가 너무 작다고 울었다.

“이거 내가 맞췄을 때보다 더 타이트해요.”

스탭이 당황하며 “신부님 살이 조금…”이라 말했을 때,

신부의 눈이 흔들렸다. 그 순간 신랑이 던진 한마디.

“내가 뭐랬어, 살 빼라니까.”

그 말은 폭탄이었다. 그녀는 대기실을 뛰쳐나갔다.

나는 신부를 붙잡고 말했다.

“드레스는 입는 게 아니라, 오늘의 자신을 품는 겁니다.”

그녀는 눈을 닦고 다시 들어갔다. 그날 그녀의 표정은 울었지만, 가장 아름다웠다.

결혼식의 진짜 주인공은 ‘칭찬’이다.

말 한마디가 하루를 망치고, 또 다른 말 한마디가 하루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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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회자의 멘트 한 줄로 생긴 싸움


예식 중 사회자가 실수로 “신부님이 신랑님보다 더 씩씩하게 생겼군요!”

라고 말했다. 아마 신부님이 여군이셔서 사회자가 그렇게 말했는 듯 하다.

사회자는 그저 분위기를 풀자고 한 말에 순간 신랑 아버지의 얼굴이 굳었고,

시댁 측 하객석이 웅성거렸다.

신랑은 사회자를 노려봤다. 하지만 신부는 웃으며 답했다.

“그만큼 더 성숙하게 사랑하겠습니다.”

순간 분위기는 바뀌었고, 그 결혼식은 오히려 감동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사람들은 결혼식이 화려해야 기억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오래 남는 건 사람의 대처다. 우아한 위기 대응은 그 어떤 장식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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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폐백실의 눈물 ― 전통이란 이름의 부담


폐백은 사랑의 의식이자, 가족의 권위가 드러나는 자리다.

하지만 때로는 폭력처럼 작용한다. 한 신부는 시아버지의 농담에 상처를 받았다.

“이제 우리 집 사람 됐으니, 시댁의 가풍을 따라야 한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신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순간 시어머니가 덧붙였다.

“울긴 왜 울어? 장난이야.”

장난이라도, 그 말은 칼처럼 날카롭다. 나는 늘 말한다.

“폐백은 인사 자리가 아니라, 인연을 맞이하는 자리입니다.”

웃으며 던진 말이 상대의 인생을 흔들 수 있다는 걸 어른들은 잊는다.

요즘 세상은 변했고, 헌신하고 희생하는 며느리를 찾아서도 안되고, 아무리 장난인 말이라도 그렇게 하시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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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하객의 말 한마디 ― “신부, 생각보다 평범하네”


한 하객이 던진 무심한 말이 신부의 하루를 망친 적도 있다.

“사진보다 실물이 덜하네.”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지만, 신부는 식 끝나고 화장실에서 울었다.

결혼식장은 ‘평가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축하보다 비교에 익숙하다.

그 웃음 뒤엔 타인의 기대가 숨어 있다. 나는 신부 대기실 문을 닫으며 생각했다.

“이곳은 화려한 전쟁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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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결혼식이 끝난 후 ― 냉전의 시작


예식이 끝난 밤, 신랑 신부는 종종 싸운다.

“너네 부모님은 인사도 안 하더라.”

“당신은 왜 내 친구들한테 그렇게 시큰둥했어?”

행복해야 할 밤,

두 사람은 서로의 가족을 비난하며 침묵에 잠긴다.

결혼식은 하루짜리 이벤트지만, 그날의 감정은 결혼 생활의 예고편이다.

그래서 나는 늘 신랑 신부에게 말한다.

“결혼식은 잘 치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지키는 리허설입니다.”


그렇게 싸우고 다음 날 영수증을 다시 발부 해달라고 예약실로 전화가 온다.

이유를 물으면 서로 소송을 걸기 위해서 그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편으로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 누구보다 내가 결혼식을 진행했던 신랑,신부님들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것이 아마 웨딩홀 실장들의

다 똑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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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랑이 현실을 이기는 법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모든 건 일상의 자리로 돌아간다.

드레스는 옷장 속에, 꽃은 시들고, 사진만이 남는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평생 따라온다.

서로를 탓했던 순간, 울면서도 잡았던 손,

그 모든 게 ‘부부의 시작점’이다. 결혼식 날 싸움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진짜 싸움은 그 후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끝나야 한다.

사랑은 완벽해서 오래가는 게 아니라, 미완의 둘이서 계속 맞춰가기 때문에 유지된다.


결혼식은 지나면 모든게 후회가 될 때도 있고, 100%만족은 없는 것 같다.

나조차도 그랬기 때문이다. 이때 좀 더 웃을 껄...이때 좀 더 하객들을 바라볼 껄...

오셨던 하객분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할 때도 있었다.

이 부분은 좀더 아낄 껄...

하지만 이 시간이 모두 지나고 나면 모두 평범하게 돌아오고 현실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 현실의 시간속에서 이제 두 사람이 바라보는 곳이 같은 곳을 향하면 된다.

이젠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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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란, 두 사람의 성숙을 시험하는 무대다.

그날의 싸움은 실패가 아니라 ‘관계의 학습’이다.

부모와 자식, 친구와 하객, 모두가 한 공간에 모이는 그날,

사람은 처음으로 ‘사랑의 사회’를 배운다.

나는 수백 번의 결혼식을 진행하며 깨달았다.

결혼식은 행복의 절정이 아니라, 성장의 출발선이다.

화려함보다 중요한 건 태도다. 서로를 향한 시선이 따뜻하면

그날의 모든 실수는 결국 추억으로 남는다.


written by Yoodaram

“결혼은 준비의 끝이 아니라, 마음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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