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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또시 Aug 11. 2019

첫 번째, 동천동 감치래 비빔국수

나만 알고 싶은데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맛집 

상호명 : 감치래 비빔국수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119-201
전화번호 : 031-265-8008
영업시간 : 매일 10:30~21:30 / Last Order 21:00
                 Break Time 매일 15:30~17:00 
                월요일 휴무
가격 : 원조비빔국수 5,000원 
         대박비빔국수 5,000원
         왕돈까스        8,500원
위치 : https://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19167181

**전문 맛집 블로거처럼 상세한 사진을 찍지는 않는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신 글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식당과 음식의 맛을 상상할 수 있게 해 드릴게요. 실제 방문 시 상상과 얼마나 같고 다른지 경험해 보세요.




엄마가 한국에 와 계시던 어느 날이었다. 결정장애를 심하게 앓고 있던 나와 엄마는 그 날 저녁으로 무얼 먹을지 정하지 못해 끙끙대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아무것도 확 땡기지 않던 날이었는데 마침 옆 동에 살고 있는 이모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이모 : 저녁 먹었어? 

나 : 아니 뭘 먹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고민 중 

이모 : 그래? 그럼 국수 먹으러 가자!

나 : 엄마, 이모가 국수 먹으러 가쟤, 콜? 

엄마 : 콜! 


그렇게 세 여자가 차 한 대를 나눠 타고 티맵 대신 이모의 안내에 따라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동천동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이모는 그 집을 방문하게 된 계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며칠 전 이모부랑 둘이 어디를 다녀오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뭘 좀 먹고 들어가자 하던 차에 주차장이 꽉 찬 국숫집을 발견했고 속는 셈 치고 들어갔는데 맛도, 가성비도 훌륭해 홀딱 반해버렸다는 이야기. 우리 집안에서 가장 미식가로 손꼽히는 이모부에게 합격점을 받은 곳이라면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감치래 비빔국수'에 도착했다. 




_01 주차공간 


왕복 2차선 작은 도로 오른편에 고깃집과 국숫집이 'ㄱ'자를 좌우 반전시켜놓은 형태로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차량 20~30여 대를 수용할 법한 주차 공간이 나름 널찍하게 제공됐다. (여러 번 가본 경험에 의거해 말하자면, 이 날은 문 닫기 1시간~30분쯤 전에 방문해 편하게 주차했지만 주말 점심 무렵이나 저녁 시간에 딱 맞춰가면 주차가 힘들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국숫집 옆 고깃집도 꽤나 평이 좋은 곳이라고 한다. 



_02 식당 내부 


식당 내부는 뭐랄까 인테리어랑은 조금도 상관없는, 철저히 실용성만을 고려했다는 느낌을 준다. 대걸레로 슥삭 닦기만 하면 이게 깨끗한지 아닌지 딱히 구분되지 않을 것 같은 나무 무늬 바닥과 '대충 아무 벽지나 칠하지 뭐' 느낌의 카키색 벽. 그 벽에는 사방으로 메뉴와 메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적힌 A4 크기의 종이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어 '아, 정말 벽지 컬러는 별 신경 쓸 필요가 없었겠다'는 공감대마저 생겨난다. 


그럼에도 굳이 식당 내부를 논하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널찍널찍한 테이블 배치! 크고 작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식당들을 방문하며 의도치 않게 옆 테이블과 대화가 섞이는(?) 것을 아주 싫어하게 되었다. 내 대화가 남의 귀에 꽂히는 느낌도 싫지만 귀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남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는 상황도 그닥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적어도 대화 내용의 유출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목소리가 아주 크지 않다는 전제하에..ㅎㅎ) 



_03 기본 세팅 


테이블에는 수저와 휴지, 그리고 종이컵이 준비된다. 물은 셀프. 냉장고에 500ml 생수가 들어있어 2명 기준 1병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1병을 추가할 때마다 500원을 내야 한다. 이때, 인원이 홀수라면 고민이 시작되는데..........!!! 우린 그냥 1병만 마셨다. 그리고 냉장고 왼편을 보면 실온에 뜨뜻하게 보관된 정수기 물도 마실 수 있다. 


겨울에 특히 빛을 발하는 건, 무료로 제공되는 멸치육수와 숭늉이다. 멸치육수는 꼭지가 달려있는 큰 스테인리스 통에 들어있어 한 잔씩 편하게 떠다 마실 수 있다. 냉면집에서 제공되는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후추 맛 잔뜩 나는 육수를 좋아하는 내게는 멸치를 우려낸 육수가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비빔국수에 곁들여 마시기엔 손색이 없다는 것! 숭늉은 식사 후 입가심용으로 딱인데, 밥솥을 열어 국자를 바닥까지 쭉 내렸다 살살 떠올리면 가라앉아 있는 소중한 누룽지도 함께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국수를 먹고 나면 배가 터질 듯이 불러서 숭늉은 정말 입가심용으로만 마실 수 있었다.) 국자가 정말 거대하기 때문에 컵에 옮겨 담을 때는 넘치지 않게 주의할 것! 



_04 메뉴


대망의 메뉴 소개다. 내가 먹어본 것 위주로만 소개할 것이다. 그래야 평가가 가능하니까.


이 곳에서 무얼 팔고 있는지는 고개를 어느 쪽으로 돌리든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하지만 선택지가 고르게 제공되는 메뉴판. 시그니처 메뉴인 비빔국수부터 잔치국수, 콩국수(여름 한정), 만두, 육개장, 해장국, 비빔밥, 찌개, 돈까스에 어린이 전용 메뉴까지 없는 게 없다. '뭘 먹고 싶어 할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 같은. 

맵짠의 진수, 원조비빔국수

그중 내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단맛을 홀딱 뺀 원조비빔국수. 넉넉하게 들어간 차가운 비빔 육수에 중면이 듬뿍 들어가고 그 위에 국물을 쪽 짜낸 신김치와 길게 썬 양배추, 얇게 썬 오이와 당근이 올라앉아 있다. 비주얼이 사람 배고프게 한다. 이 메뉴의 가장 큰 장점은 단 맛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것. 단맛이 느껴지면 안 되는 음식에서 단맛 나는 걸 극혐 하는 내가 여길 사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비빔국수를 맞이하는 올바른 방법은 면과 양배추, 김치를 한 젓가락에 양껏 집고 그 채로 국물에 한 번 푸-욱 담갔다가 건져 올리는 순간! 바로 입에 앙- 넣는 것이다. 입 밖으로 넘쳐 나온 면은 입술을 쫑 모아 호로록 끌어당기면 된다. 그리고 입 안에 가득 찬 매콤 새콤 짭쪼롬한 맛의 향연을 우물거리며 오롯이 즐기는 것. 입이 터지도록 넣는 것이 핵심이다. 씹다 보면 자연스레 국물이 먼저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면만이 입 안에 남아 있는 상황이 오게 되는데, 이때 반찬으로 나온 물김치를 하나 집어 입에 쏙 넣어주면 깔끔하고 짭쪼롬한 상큼함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이걸 국수가 바닥날 때까지 반복해주면 금세 한 그릇을 뚝딱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다른 국수 메뉴인 대박비빔국수는 달착지근한 맛에 야채가 듬뿍 올려져 나온다. 요건 달달한 맛을 즐기는 분들에게 알맞은 메뉴일 듯하다. 참고로 난 안 먹어 봤고, 미식가 이모부가 즐겨 드시는 메뉴라고만 전해 들었다.


그리고 놓쳐서는 안 될 메뉴 하나 더, 바로 단돈 8,500원에 만나볼 수 있는 왕돈까스다.

달달한 소스가 매력적인 돈까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맛으로 볼 때 엄청 특별한 메뉴는 아니다. 특색 있는 메뉴라기보다는 오히려 무난해서 꼭 먹어줘야 하는 아이.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기 때문에 여기서도 먹어줘야 하는...? (뭐라니) 이렇게 합리화를 해본다. 


여튼 이 아이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크다. 성인 여성의 양 손을 쭉 펴서 나란히 붙였을 때의 크기 정도? 고기는 얇고 넓게 펴져있어 어디를 썰어도 튀김옷만 먹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큼직한 크기 덕분인지 어머님들이 돈까스 하나로 꼬꼬마들 네댓 명의 식사를 해결해주는 모습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요 메뉴의 가장 큰 매력은 비빔국수와 함께할 때 발산된다. 매콤하고 차가운 비빔국수 한 젓가락에 뜨끈하고 달달한 소스가 듬뿍 묻은 돈까스 한 입을 더하면 상호 보완적인 맛의 정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국수만 먹다 보면 살짝 생각나는 쌀밥의 아쉬움을 돈까스 옆에 놓인 작은 밥 동산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 한 숟갈쯤 남겨 두었다가 남은 돈까스 소스에 밥을 슥슥 비벼 입에 쏙 넣고 깍두기 한 조각이나 비빔국수 속 김치 한 조각과 함께 먹는 것도 묘미라는 거. 



_05 그 외 숨겨진 팁


밥을 다 먹고 숭늉으로 입가심까지 한 상태에서 느적느적 계산을 하러 나가면 카운터 앞에 쌓인 보리건빵을 발견할 수 있다.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투명한 봉지에 채워진 공기 반 건빵 반. 요거 맛있다. 보리의 구수함이 잘 느껴진다. 


그래서 사야 한다. 가격은 봉지 당 천 원. 


집에 도착해 부른 배가 조금 꺼졌다 싶으면 건빵 한 입 우유 한 모금 조합으로 먹기도 하고, 주말에 입이 심심해지면 살짝 튀겨 설탕을 솔솔 뿌려 먹기도 한다. 때론 큼직하게 부숴 시리얼 대신 우유에 부어 먹기도 한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소비이지 않은가? 




쓰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오늘의 맛집 추천은 여기까지. 


그 날 엄마와 나는 이모의 추천에 엄지 척을 세워줬고 그 이후로는 국수가 땡길 때마다 알아서 잘 찾아가고 있다. 난 갈 때마다 어김없이 원조비빔국수를 시켜먹고 그 선택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동천동 주민이라면 꼭 가보시길 바라고, 언젠가 한 번쯤 동천동을 지나가게 된다면, 혹은 근방에 사는데 바로 지금 비빔국수가 땡긴다면 망설임 없이 방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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