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같은 사람과 사람 같은 인형 사이, 그 ‘엇박자’

마침내 가짜가 진짜를 가르치는 세상

by 유인숙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켜니,

친구가 피지 섬의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손을 흔듭니다.

어, 그런데 댓글을 보니 'AI가 그린 가짜 배경'이네요.

우리는 이제 방구석에 누워 전 세계를 여행하는 '눈속임의 시대'에 삽니다.

완벽한 픽셀로 구현된 가짜 현실을 보며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며 환호하죠.


또한, 현재 우리는 참 희한한 '비교의 굴레' 속에 삽니다.

숨 막히게 멋진 진짜 절경을 보면 "와, 사진 같다!"며 감탄하고,

정작 정교한 AI 사진을 보면 "어머, 실물 같아!"라며 호들갑을 떨죠.

조각처럼 잘생긴 이를 보며 "인형 아니야?"라고 찬사를 보내다가도,

잘 만들어진 인형을 마주하면 "사람인 줄 알았네"라며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늘 눈앞의 실제보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무엇'에 빗대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들.

하지만 돌아보면 이 모든 건 결국 지나가는 ‘시절인연’의 조각들일뿐입니다.

화면 속 가짜 바다도, 사진 같던 진짜 풍경도, 인형 같던 젊음도 세월에 익어갑니다.


꽃이 피면 피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그 순간의 '진짜'를 안아주는 생활은 어떨까요?

완벽한 가짜를 꿈꾸느라 불완전한 진짜의 눈부심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오늘 내 곁의 사람을 인형이 아닌 사람으로 사랑하고,

내 좁은 방을 AI 배경보다 더 뜨거운 내 현실로 감사하며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앓고 있는 ‘시절인연병’을 고칠 유일한 명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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