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남의 돈 벌기가 참 맵네요"

8남매를 키운 아버지의 허리와, 장사하는 내 아들의 어깨

by 유인숙

시곗바늘이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두 아들이 지키는 가게 불빛은 꺼질 줄 모릅니다.

늦은 시간까지 손님을 맞고, 정리를 하고, 또 내일 장사를 준비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들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왈칵 치밀어 오릅니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수고했다", "밥은 챙겨 먹었냐"는 말뿐.

그 고단함의 무게를 대신 짊어질 수 없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엄마, 남의 돈 벌기가 이리도 힘들 줄 몰랐어요." 언젠가 아들이 흘리듯 했던 그 말 한마디가

가슴에 박혔습니다. 그래, 아들아. 남의 입에 들어갈 돈을 내 주머니로 가져오는 일은,

단순히 땀만 흘리는 일이 아니란다. 때로는 억울함을 삼키고, 때로는 자존심을 굽히며,

내 안의 무엇을 깎아내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란다.


그 막막한 무게를 실감하는 오늘 아침, 문득 8남매라는 어마어마한 식솔을 거느리고 평생을 '을'로 사셨을

부모님이 생각납니다. 그 많은 입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굴욕을 참아내시고, 얼마나 많은 새벽을

눈물로 지새우셨을까~~~

그 고단했던 부모님의 허리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고, 또 내 아들들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대를 이어 이어지는 이 고단함은, 결코 비루한 것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가장 숭고한 질서임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오늘도 남의 돈을 벌기 위해, 혹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터로 향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깊은 밤까지 불을 밝히는 아들들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자존심이 상하고, 굴욕감을 견뎌낸 시간들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위대한 시간이 될 거라는

믿음과 그 시간들로 하여금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 세상을 지켜낸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게 될 거라고... 오늘도 우리 모두, 그 위대한 굴욕의 시간을 잘 버텨내기를, 그리고 서로에게 따뜻한 밥 한 끼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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