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에 대한 단상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 인간의 기대수명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그와 비슷하게 늘어난 질병이 우울증이라고 한다. 산업화와 자본주의는 인간에게 마음의 여유를 앗아가 버렸다. 마음도 휴식이 필요한 데 생활환경은 그러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어릴 적에는 아스팔트보다 흙을 더 많이 밟을 수 있었고, 퍼스널 컴퓨터도 없던 시기라서 납작한 돌멩이를 이용한 망까기나 구슬치기, 딱지놀이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리는 시간도 많았다. 요즘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종류의 학원을 다니며, 집에 와서도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게임을 찾기 바쁘다. 조용히 생각을 하며 사색을 할 시간이 없다. 아니 어쩌면 사색을 하는 방법조차 모르고 있을 수 있다. 먼 산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도 없다. 논술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하고, 누군가 정해 놓은 평가 기준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연습을 해야 한다.
이렇게 오늘날의 우리들은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21세기의 가장 무서운 질병은 암보다 우울증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에 휴식 시간이 부족한 것, 사색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자신의 상황보다 다른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것, 남들과 비교당하고, 질투하고, 부러워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마음의 질병을 점점 키우는 요인이다. 조울증은 감정의 기복이 심해 좋았다가 슬펐다가 하여 마음이 불안정하게 되고, 우울증은 슬픈 감정이 지속되어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우울증 현상인지는 몰라도 허무함이라는 감정도 무서운 마음의 질병인 것 같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의 병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모든 종류의 싸움이 어렵지만, 자신과의 싸움은 더욱 어렵다. 예를 들어 많은 시간, 열정, 자금 등을 투자한 도전에서 실패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돈이 없어서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고, 주변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걱정과 회한이 밀려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주저앉고 싶을 때 사색이 필요하다. 연습을 통해서 단련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사색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위대한 철학자 세네카는 황제 네로에게 역모의 죄로 몰려 죽음을 결심했을 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대들의 철학은 다 어디로 갔는가, 네로가 잔혹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은 아무도 없거늘, 자기 어머니와 형제를 죽인 마당에 자기 선생과 가정교사를 죽이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니던가
-세네카
세상에 일어나지 않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불행한 일들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불행한 일이 닥치면 견디기 힘들다. 어떤 경우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즉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상황을 극복해야 할까? 사색하는 방법을 속성으로라도 배워야 하는 것일까? 별로 현실적이지 못한 방법인 것 같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먼저 잃어버린 것과 남아 있는 것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면 좋지 않을까? 바로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우울한 감정을 극복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우울한 생각이 들 때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생각에 휴식시간을 주는 것이다. 냉정함을 찾은 후 생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증상이 심각할 때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서 하루하루를 소비하며 죽어가는 너무도 짧은 삶에서,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라는 선물이 주어지길 간절히 희망해본다.
삶의 단편들을 놓고 흐느껴봐야 무슨 소용 있겠어? 온 삶이 눈물을 요구하는 걸
-세네카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