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관하여(시리즈) 6

결혼 생활과 저축

by 유병천

결혼 생활과 저축


나는 결혼 후 사업 실패로 인해서 분유 값이 없을 때가 있었다. 자동차도 팔고, 좋아하던 오디오도 팔고, 아이의 금반지(돌 때 받은)도 팔았다. 더는 판매할 물건이 없던 나는 창피했지만 엄마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엄마는 나에게 분유 값으로 20만 원을 줬다. ‘귀한 딸 데려다 결혼하고, 애까지 있는데 어쩌려고 그러니.’ 엄마의 말씀이 기억난다. 엄마가 준 20만 원을 손에 쥐고 집으로 가는 길의 심정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취업하여 재기를 꿈꾸는 것 밖에는 없었다. 다행히 그리 많지 않은 시간(2일 정도)을 보낸 후 난 바로 취업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오로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 시기에 전세 계약이 만료가 되었다. 위에서 말했듯 전세 계약이 만료되자 주인아주머니는 월세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세금을 올리면 안 되냐고 했지만, 단호하게 싫으면 나가라는 이야기였다. 이사할 여건이 되지 않아서 결국 기존 전세금은 보증금이 되고, 추가로 월세를 납부하게 되었다. 전세 값은 세입자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올라갔다. 빚 없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마르고 닳도록 들었지만, 월세를 낸다는 것은 매달 이자를 내는 것처럼 빚을 진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돈을 모으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 사실을 아는 데에 거의 거의 30년이 걸린 것 같다. 20대 중반에는 재테크니 투자니 하는 말들이 유행했다. 첫 회사에서 열심히 모은 1,000만 원으로 주식을 사서 2년 만에 28,000원이 되어 돌아왔다. 주식에 ‘주’ 자도 모르는 내가 은행에 다니던 누나의 말만 듣고 구매를 결정했다(결정에 대한 책임은 물론 내가 지는 것이다). 참으로 무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지불할 필요가 없었던 수업료지만), 난 기본적인 원칙으로 돌아왔다. 안 쓰고 모으는 것. 약 500년 전을 살았던 미셀 드 몽테뉴도 이야기했다.


부는 수입에서 보다 알뜰함에서 온다.
-몽테뉴

다시 말하면 수입보다 소비가 많으면 가난하다는 이야기다.


금전적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나는 주택문제로 많은 빚까지 지게 되었다. 월세를 대신해서 은행에 이자를 내야 했고, 가족에게 무이자로 대출을 받게 되었다. 돌아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무이자로 대출을 해줄 가족이 있다는 것이 상당히 감사한 일이다. ‘빚’ 이 한 글자의 단어는 삶의 무게를 몇 배로 가중시켰다.

‘빚’의 삶은 사실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었으니까. 3년간 난 친한 친구도 만나지 않았고, 친척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모두 돈이 필요한 곳이었으니까. 평일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공사현장에서 일했다. 너무 힘든 날에는 주저앉아서 엉엉 울고 싶기도 했다. 난 한 집안의 가장이었고, 아이의 아빠였고, 아내의 남편이었다. 그래서 견디고 또 견뎌냈다. 아내의 내조가 눈물 나게 고맙고, 아이의 웃음은 그 어떤 약보다 좋은 피로회복제였다. 그렇게 모았다. 쓰지 않고 모았다. 내 고집이었는지 난 가족에게 도움을 받은 무이자 대출부터 갚았다. 알량한 내 자존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은행 빚을 다 갚는 데까지는 3년이 넘게 걸렸다. 가진 게 몸뚱이밖에 없는 난 그렇게 온몸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이때에도 물론 재테크라고 불리는 주식, 펀드 등은 하지 않았다.


지금도 이 습관은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이 살려면 난 먼저 검소한 습관을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소득이 소비보다 많다면, 큰 사고가 없는 이상 통장의 잔고는 늘어날 것이다.

‘빚이 없는 삶은 행복한 삶이다.’ 흔히 말하는 할부라는 것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할부는 빚이다. 자동차 할부, 카드 할부 등은 결혼생활에서 피해야 한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갖고 싶은 것을 다 사면 안 된다.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정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기간과 금액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무조건 그것을 달성한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우린 무엇을 할 것이다. 이런 목표가 바로 서야 한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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