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5화

by 유병천

도비아는 발자국의 이야기를 들은 후 마음이 요동쳤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가 모험가였다니. 도비아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저씨를 찾아가자!”

도비아는 스스로 외치고 발자국이 날아간 산으로 갔다. 산속에는 공원보다 나무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산에는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대신 흙과 돌이 있었다. 도비아는 잠시 나뭇가지에 앉아서 심호흡을 했다. 기분까지 좋아지는 상쾌함을 느꼈다. 흐르는 물소리와 작은 새들의 노랫소리도 듣기 좋았다. 도비아는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을 마음껏 즐겼다. 발자국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아 참! 아저씨를 찾아야 하는데.”

넓은 산에서 발자국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다. 산 위로 올라가서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발자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작은 새에게 물어봤지만, 모두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도비아는 소리 내어 불렀다.

“아저씨! 발자국 아저씨!”

한참을 불러도 발자국은 나타나지 않았다. 도비아는 할 수 없이 공원으로 돌아갔다.

“내일 다시 찾아봐야겠다.”

다음 날엔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한 번 가본 곳이라 그런지 조금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날 앉아있던 나뭇가지도 흐르는 물소리도 그대로였다. 도비아는 힘차게 하늘로 올랐다.

“아저씨! 제가 왔어요! 도비아예요! 어디 계세요?”

나무들 사이로 한 마리의 새가 날아올랐다. 도비아는 한눈에 그 새가 발자국이란 것을 알아챘다.

“아저씨!”

“오! 도비아! 잘 왔구나.”

도비아는 발자국을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도비아는 발자국의 집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발자국이 사는 곳은 마치 아지트 같았다. 나뭇잎과 가지가 빼곡히 정렬되어 있어 겉으로 보면 집이 있을 것 같이 보이지 않았다. 나뭇가지를 밟고 걸어서 들어가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구멍이 문이었다. 한쪽은 커다란 나무기둥이 벽을 이루고 있었고 튼튼하고 널찍한 나무줄기가 편안한 휴식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간격이 조금 넓은 줄기 사이는 나뭇가지가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근사한 집이네요!”

도비아가 집을 보며 감탄했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멋진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집안을 둘러보는 도비아를 보며 발자국이 말했다.

“모험 중에 우연히 알게 된 비둘기의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돌아오면 꼭 지어보겠다고 결심했단다.”

도비아는 발자국을 존경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왠지 자신이 상상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발자국의 모습과 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비아는 지난번에 발자국이 들려준 아버지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저씨, 제 아버지가 저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모험 이야기가 뭔가요?”

도비아의 질문을 받은 발자국은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도 사람이 주는 과자를 먹지 않니?”

“네!”

“천상 네 아버지를 닮았나 보다.”

“제 아버지도 저랑 비슷했나요?”

“비슷하다마다.”

“아버지에 관해서 알고 싶어요. 아니 저에 관해서도요. 제 엄마는 누구인가요?”

발자국은 지난번 모험 이야기를 할 때처럼 깊은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나와 너의 아버지는 산비둘기란다. 눈과 몸의 색이 다른 것을 보면 알 수 있단다. 네 아버지는 정말 호기심이 많았어. 열매는 어떻게 열리는지, 꽃은 어떻게 피는지, 벌레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왜 계절이 바뀌는지.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란다. 네 아버지와 함께 다니면 항상 즐거웠단다. 두려움을 모르는 성격 때문에 한 번은 우리보다 몸이 긴 물뱀과도 싸운 적이 있단다. 네 아버지의 부리는 유난히 날카로웠지.”

“그럼, 저도 산비둘기인가요?”

발자국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네 엄마 이야기부터 해야겠구나. 지금의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공원과 산은 연결되어 있었단다. 우리 산비둘기는 사실 공원에서 사는 비둘기와 만날 일이 별로 없었단다. 하지만 네 아버지는 좀 달랐단다. 공원에 사는 비둘기도 같은 형제라고 생각하고 친해지려고 애썼단다. 눈과 몸의 색은 달랐어도 우린 모두 비둘기란 생각이 더 강했지. 그러다 아주 매혹적인 네 엄마를 만났어. 유난히 반짝이는 회색 날개는 햇빛을 받으면 은빛처럼 반짝였단다. 네 엄마는 공원 비둘기들의 선망 대상이었어. 공원 비둘기와 친해지려는 네 아버지와 아름다운 네 엄마는 첫눈에 반했단다. 공원과 산을 오가며 사랑을 싹틔웠지.”

“그럼 제 엄마는 어디에 있나요?”

발자국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후 갑자기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저기 보이는 아파트 때문이야!”

“네? 아파트요?”

“너를 낳고 품느라 네 엄마는 몸이 아주 약해졌단다. 그때 산을 깎고 땅을 파며 엄청나게 큰 공사가 시작되었지. 공사장 먼지는 생각보다 엄청났단다. 먼지는 네 아버지가 나뭇잎으로 둥지를 둘러쌓아 막았지만, 고약한 아스팔트 때문인지 네 엄마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얼마 못 가서 숨을 거두었단다. 그때 네 아버지는 크게 슬퍼했단다. 미친 듯이 소리치면서 날아다녔지. 네 엄마의 죽음으로 우린 모두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단다. 엄마 외에도 시름시름 앓게 된 비둘기가 제법 있었단다. 어렸던 너도 그때 이사하지 않았다면 엄마를 따라갔을지도 모른단다.”

“엄마는 돌아가셨군요. 구루룩.”

자신의 아버지는 모험에서 목숨을 잃고, 엄마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바아는 눈물이 났다. 어려서부터 혼자 자라왔지만, 정말로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자. 나도 돌아와서 집을 짓느라 많이 피곤하구나. 다음에 다시 오렴. 아 참 이건 모험을 떠날 때 네 아버지가 나에게 준 목걸이란다. 이젠 너에게 주도록 하마.”

발자국은 도비아에게 목걸이를 걸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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