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작전

10화

by 유병천

말똥가리를 물리칠 방법을 고민한 끝에 도비아는 유인작전을 생각해냈다. 애벌레를 잡아먹는 척하다가 말똥가리가 오면 동시에 부리로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유인작전은 위험한 작전이었다. 유인하려다가 말똥가리를 미처 피하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말똥가리를 유인하는 일을 누가 해야 할지 몰랐다. 도비아가 다른 비둘기들에게 작전을 말했다. 하지만 도비아의 의견에 반대하는 비둘기가 있었다.

“말똥가리를 절대 이길 수 없어!”

“물론 혼자 싸우면 못 이겨! 하지만 우리가 힘을 합치면 말똥가리를 이길 수 있을 거야!”

“말도 안 돼! 죽으려면 너 혼자 죽어! 난 죽기 싫어. 안전한 곳에서 숨을 거야!”

“지난번 일은 정말 안타까워. 하지만 말똥가리를 물리치지 않으면 우린 매일 두려움에 떨면서 살아야 해!”

“도비아! 네가 알아서 해! 말똥가리를 쫓는 일에 난 빠지겠어!”

모두가 말똥가리를 두려워했다. 도비아도 말똥가리가 두려웠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말했다.

“붉은 개미는 힘을 합쳐서 무서운 독을 지닌 전갈도 이긴다고. 우리도 붉은 개미처럼 힘을 합치면 말똥가리를 물리칠 수 있을 거야!”

도비아에게 반대한 비둘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아갔다. 도바아는 기운이 빠졌다. 발자국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아저씨, 말똥가리를 유인할 비둘기가 필요해요. 하지만 너무 위험한 일이라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렇지. 조금만 늦게 피해도 무시무시한 말똥가리의 발톱에 당할 테니까.”

“아저씨, 제가 미끼가 될게요. 말똥가리가 오면 잽싸게 피하고 함께 공격하면 어떨까요?”

“그보다 넌 다른 비둘기들과 공격하는 연습을 더 하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공격 연습도 할 거예요. 말똥가리가 땅으로 내려올 때 한 번에 달려들어 공격할 거예요.”

“미끼가 되면 피하는 것만 생각해야 해.”

“네, 잽싸게 피한 다음 다시 공격할 거예요!”

“도비아, 모든 것을 잘하려다가 오히려 하나도 못하는 경우가 있단다. 때론 과감한 선택이 필요해.”

“하지만 아무도 미끼가 되려고 하지 않아요!”

“아저씨가 미끼가 되어주마. 대신 너는 다른 비둘기와 말똥가리를 잘 공격할 연습에 집중해!”

“아저씨 가요? 너무 위험해요. 제가 미끼가 될게요. 아저씨가 공격을 맡아주세요.”

“아니다. 아저씨는 오로지 피하는 것에만 집중 하마.”

도비아의 유인작전을 실행할 날이 밝았다. 높은 곳에서 커다란 날개를 펴고 먹이를 찾아 날아오르는 말똥가리를 물리쳐야 했다. 모든 비둘기가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배추밭은 배추를 뽑은 후라 배춧잎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발자국이 배추밭에서 애벌레를 찾는 척했다. 도비아와 다른 비둘기들은 나무 사이에 숨어있었다. 말똥가리가 내려오면 언제라도 달려들어 부리로 쫄 준비를 했다. 도비아도 두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도비아, 녀석이 곧 내려올 것 같구나.”

발자국이 말했다. 수없이 연습했지만, 심장이 곧 터질 것처럼 세차게 뛰었다. 다리를 후들후들 떠는 비둘기도 있었다. 도비아는 정신을 집중했다. 말똥가리의 목덜미를 강하게 공격할 생각이었다. 발자국이 피하는 순간을 노려야 했다. 단 한순간. 잘못하면 말똥가리의 부리에 당하거나 발톱에 잡힐 수도 있었다. 목숨을 건 작전이었다. 발자국의 다리에도 슬슬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발자국이 애벌레를 잡는 척 고개를 숙일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말똥가리가 날개를 접고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다. 도비아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아저씨, 잘 피하세요!’

말똥가리가 발자국을 잡으려고 커다란 날개를 폈다. 크고 날카로운 발톱이 발자국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 잔뜩 움츠리고 있던 발자국이 말똥가리의 날개가 펴지는 동시에 옆으로 피하며 소리쳤다.

“도비아! 지금이야!”

나무 사이사이에 숨어있던 비둘기들이 동시에 말똥가리에게 달려들었다.

“꾸루룩! 꾸루룩!”

도비아가 말똥가리의 목덜미를 공격하고 다른 비둘기들도 몸통을 공격했다. 말똥가리가 큰 날개를 휘저으니 비둘기들이 휘청거렸다. 공격에 당황한 듯했지만 말똥가리는 비둘기들을 위협했다. 날갯짓 몇 번에 비둘기 한 마리가 말똥가리의 발톱 아래 놓인 상황이 되었다. 도비아가 그 비둘기를 구출하기 위해 말똥가리에게 덤볐다. 말똥가리는 그런 상황을 기다린 것처럼 갑자기 도비아를 노렸다. 졸지에 말똥가리와 도비아가 1:1로 싸우는 상황이 되었다. 매서운 말똥가리의 발톱이 도비아를 향해 날아갔다. 도비아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눈앞에 다가오는 커다란 발톱을 보니 날개가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말똥가리가 도비아를 잡으려는 찰나에 발자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비아!”

발자국은 부리로 강하게 말똥가리의 다리를 공격했다. 말똥가리는 휘청거리며 도비아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무리한 공격을 감행한 발자국은 말똥가리에게 한쪽 날개를 공격당했다. 발자국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놀란 도비아가 정신을 차리며 크게 소리쳤다.

“지금이야! 공격해!”

발자국이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둘기들은 동시에 말똥가리를 공격했다. 이번 공격은 처음보다 매서웠다. 발자국이 다친 것을 알고 모든 비둘기가 강하게 공격했다. 도비아도 다시 한번 목덜미를 공격했다. 말똥가리도 강한 공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소리를 지르며 하늘로 올랐다. 말똥가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비둘기들은 크게 소리쳤다.

“꾸루룩! 꾸루룩!”

말똥가리가 떠나고 발자국의 상처도 점점 회복되고 있었다. 도비아가 사는 곳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도비아는 말똥가리를 물리친 후 비둘기들의 리더가 되었다. 많은 비둘기가 도비아를 좋아했다. 말똥가리를 피해 도망갔던 비둘기도 평화가 찾아온 산으로 돌아왔다. 도비아는 잘 돌아왔다며 따뜻하게 받아 주었다.

“도비아, 미안해. 정말 말똥가리를 물리칠 줄 몰랐어.”

“모두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고 했잖아.”

“비겁하게 도망쳐서 정말 미안해. 난 겁쟁이야.”

“괜찮아. 나도 말똥가리가 무서워. 모두가 용기를 내서 싸운 덕분이야. 발자국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도비아는 발자국 아저씨가 자신을 살렸다는 것과 그때 한쪽 날개를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발자국 아저씨를 만나러 가자!”

발자국은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온 비둘기를 맞이하며 도비아와 함께 살기 좋은 곳을 만들라는 당부를 했다. 도망쳤던 비둘기를 쫓아내지 않고 친절하게 받아주는 도비아를 보며 다른 비둘기들도 크게 감동한 눈치였다. 도비아가 발자국에게 말했다.

“아저씨, 모험을 떠나지 않은 건 잘한 것 같아요.”

“그래 모험은 우리가 사는 곳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단다.”

발자국이 미소를 띠며 도비아에게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아저씨. 저는 아저씨가 없었으면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요.”

“네가 살아있어서 더욱 고맙구나. 너를 잃었다면 아저씨는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았을 거야. 네 아버지가 이렇게 장한 네 모습을 보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발자국은 먼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발자국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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