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도시의 곳곳에 비둘기 똥이 떨어져 있었다. 아파트 베란다나 건물 처마 아래까지 들어온 도시의 비둘기를 잡아도 된다는 사실을 두줄이가 알 리 없었다. 두줄이의 은빛 날개는 어느새 잿빛으로 변해있었다. 공원으로 날아오던 비둘기의 숫자가 부쩍 줄어들었다. 가끔 아이들이 새총으로 위협하던 것과 전혀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도시에서 자라는 살찐 비둘기를 식용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발표 이후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포장마차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안주가 비둘기 꼬치였다. 비둘기를 전문적으로 잡으러 다니는 사냥꾼이 생길 정도였다. 도시에서 살던 비둘기는 잡혀서 꼬치가 되거나 산속으로 도망가야 할 운명에 처했다. 두줄이도 변화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알게 된 팝콘의 달콤함을 뒤로하고 황량한 산속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곧 알을 낳아야 하는 한줄이를 생각하면 앞이 깜깜했다. 조금 시끄럽지만 튼튼하고 안전한 고가도로 아래의 둥지와 매일 과자를 던져주는 사람이 오는 공원과 새로 맛본 팝콘까지 모두 두줄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떠나자!”
“떠나자!”
다른 비둘기들이 떠나자고 외치며 날아올랐다. 살이 많이 찐 두줄이는 곧 알을 낳을 한줄이를 생각하면 쉽게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먹이를 구하러 갔다가 사냥꾼에게 잡히면 바로 목숨을 잃을 상황이었다. 결국, 두줄이는 먹이를 구하러 산속으로 날아갔다. 산속에서 먹이를 구하는 일은 두줄이에게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한줄이에게 먹일 음식을 구하지 못하고 두줄이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멀리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던 두줄이는 사냥꾼이 다가와도 움직이질 않았다. 사냥꾼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 총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두줄이는 과자를 주려고 오는 줄 알고 미리 땅으로 내려가려고 날개를 폈다. 그때였다.
“피해!”
“탕!”
도비아가 두줄이를 힘껏 밀었다. 놀라서 두줄이가 옆으로 날았고, 도비아는 어느새 하늘로 올랐다. 사냥꾼이 다가오는 것을 경계하던 도비아가 가만히 앉아 있는 두줄이를 구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두줄이는 사냥꾼이 쏜 엽총에 맞았을 것이다.
“앗! 닭둘기 말고 다른 놈이 있었군!”
사냥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뭇가지에 앉아서 깜짝 놀란 두줄이는 놀란 가슴을 헐떡거렸다.
“멍청이 녀석아! 빨리 피하라고!”
다시 도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줄이는 두 발로 나뭇가지를 밀어내며 위로 날아올랐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먼저 날아간 도비아를 따라 날았다. 도비아는 두줄이의 생각보다 빠르게 날았다. 산 위로 올라온 사람이 사냥꾼인 줄 꿈에도 몰랐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 내려앉았다. 먼저 도착한 도비아가 말했다.
“가만히 있었다면 넌 죽었을 거야!”
“고마워. 도비아. 사람이 날 해치려고 할 줄 정말 몰랐어.”
“총을 보고도 몰라?”
“총? 처음 보는 물건이었어. 공원에서는 본 적이 없는걸.”
“산으로 총을 들고 오는 사람은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한줄이도 못 보고 죽을 뻔했어.”
“친절한 사람도 있지만, 우리의 최대의 적은 결국 사람이야. 말똥가리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고.”
두줄이는 놀란 가슴을 안고 고가도로 아래 둥지로 돌아가려다가 먹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길거리나 공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비둘기 친구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공원에는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면 벌금을 낸다는 안내가 붙어있었다. 두줄이는 너무 배가 고팠다. 그리고 한줄이에게 줄 먹이도 구해야 했다. 사냥하는 방법도 몰라서 그저 길가에 떨어진 먹이가 있길 바랐다. 아무리 날아도 땅에 떨어진 먹이를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날다가 술집이 몰려있는 골목을 발견했다. 드디어 두줄이는 전봇대 옆에 있는 먹이를 찾았다. 주황색을 띤 먹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두줄이는 이것저것 따질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먹이를 정신없이 먹었다.
“아, 더러워!”
“더러운 닭둘기!”
“으웩!”
두줄이 주변을 지나가며 사람들이 한 마디씩 던졌다. 두줄이는 배가 너무 고파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저런 비둘기는 다 죽여 없애야 해!”
“저것 봐! 토를 먹고 있어. 아, 불결해!”
“발로 차 버릴까?”
“더러워! 그냥 피해 가자.”
사람들이 토를 먹는 두줄이를 피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