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가리

9화

by 유병천

“저 커다란 새는 말똥가리란다.”

하늘에 거대한 원을 그리며 날고 있는 새를 보며 발자국이 말했다.

“말똥가리. 저 새의 이름이 말똥가리였구나.”

도비아는 커다란 새의 이름을 듣고 조용히 따라서 말했다. 비둘기 날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날개로 아주 높은 곳에서 서서히 비행하고 있었다.

“천천히 날고 있지만, 먹이를 잡을 땐 정말 빠르단다. 말똥가리는 시력이 좋아서 높이 날고 있어도 다 볼 수 있단다. 저런 녀석이 하늘을 날고 있을 땐 일단 안전한 곳으로 숨는 것이 상책이야.”

발자국이 도비아에게 말했다. 커다란 새의 정체를 알고 나니 발자국도 두려운 모양이었다.

“아저씨, 우리가 저 새를 이길 수 있나요?”

도비아의 질문에 발자국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저렇게 무서운 새랑 싸울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구나. 네 아버지와 모험을 할 때도 커다란 새가 하늘을 날고 있으면 잠시 몸을 숨겨 피했단다.”

“그러면 그냥 숨어있는 게 좋은 건가요? 만약 저 말똥가리가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면 우린 계속 숨어서 살아야 하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래야 할 거다.”

발자국의 말을 듣고 도비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왜 비둘기로 태어났을까요? 강한 새로 태어났다면 말똥가리쯤은 쉽게 이길 수 있을 텐데요.”

도비아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한숨만 내쉬며 발자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밤잠을 설친 도비아의 눈이 더욱 빨개졌다.

“아저씨, 사다새나 말똥가리는 원래 자기보다 작은 새만 잡아먹나요?”

“사다새가 너희 아버지를 잡아먹는 건 나도 그때 처음 봤단다. 보통 물가에 사는 새들은 물고기를 잡아먹지. 말똥가리도 개구리나 들쥐를 잡아먹는데 아마 가뭄으로 먹이가 부족한 것 같구나.”

“어떻게 하면 말똥가리를 물리칠 수 있을까요?”

“글쎄,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도비아, 오늘 너도 무척 힘들어 보이는구나. 어서 집으로 가서 좀 쉬어라. 잠을 자면 정신이 좀 맑아질 거야. 그 후에 말똥가리를 물리칠 방법을 생각해보자꾸나.”

“발자국 아저씨! 사다새가 말똥가리보다 더 무서운가요?”

말똥가리에게 습격을 당한 뒤 도비아가 발자국에게 물었다.

“사다새와 말똥가리는 좀 다른 위험 같아. 사다새는 방심하지 않았다면 쉽게 당하지 않았을 것 같구나. 하지만 말똥가리는 몸집도 크지만 날쌔고 힘이 좋아서 훨씬 더 위협적인 놈이야.”

사다새를 한 번도 못 본 도비아는 발자국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버지를 해친 사다새가 가장 무서운 새인 줄 알았는데, 말똥가리가 더 위험하다는 사실에 놀란 기색을 보였다.

“아저씨, 말똥가리를 물리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쎄다. 말똥가리는 강한 부리와 발톱을 가졌단다. 발톱에 잡히면 우리 비둘기는 꼼짝도 못 하고 죽게 되지. 강한 부리로 공격하면 내장까지 뚫릴 수 있으니 어떻게 물리쳐야 할지 잘 모르겠구나.”

“강한 부리, 날카로운 발톱.”

도비아는 말똥가리를 생각하며 강한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떠올렸다. 정말 순식간에 날아와서 눈앞에 있는 비둘기를 채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창공을 날아가는 말똥가리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함께 있던 다른 비둘기들도 마찬가지였다. 소리를 지를 틈도 없었다. 말똥가리의 발톱에 매달려가는 비둘기의 애처로운 눈빛은 잊을 수 없었다. 물가로 가서 자신의 부리를 비춰봤다. 형편없이 작고 약해 보였다. 겨우 벌레나 열매를 쫄 수 있는 정도였다. 고개를 숙여 본 발톱도 마찬가지였다. 나뭇가지나 잡을 수 있었고, 크기도 작았다. 말똥가리의 커다란 부리와 발톱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부리를 단련하면 말똥가리를 쫄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질 수 있나요?”

“물론이지 네 집의 홈을 파던 걸 생각해봐. 처음엔 잘 파지지 않던 홈도 시간이 갈수록 잘 파였지? 요령이 생긴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네 부리가 단단해졌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이제 흙을 팔 때 부리가 아프지 않아요.”

“새 중에 가장 강한 독수리도 날카로운 부리를 갖기 위해 끊임없이 단련한단다.”

“그렇게 강한 독수리도요?”

“발톱과 부리가 무뎌지고 살찐 독수리를 누가 두려워하겠니?”

발자국이 갑자기 펄쩍 뛰면서 말했다.

“모험 중에 아주 놀라운 광경을 봤단다. 사람을 죽일만한 맹독을 가진 무시무시한 전갈이 수많은 불개미에게 잡히는 광경이었단다. 정말 무시무시했어. 전갈이 무서운 독으로 개미를 공격해도 불개미들은 끝없이 달려들었어. 덩치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났지만, 결국엔 불개미들의 승리로 끝이 났지.”

“우리도 불개미처럼 말똥가리를 물리칠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도비아, 난 너를 믿는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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