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도비아는 산속에 집을 짓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산비둘기와 먹이를 구하러 나갔다. 산 아래쪽에 작은 텃밭이 있었다. 텃밭에는 배추가 자라고 있었고 배춧잎을 먹는 애벌레가 잔뜩 있었다. 이미 배추엔 애벌레가 먹어치운 흔적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도비아와 다른 산비둘기 일행은 배추밭 사이로 내려왔다. 애벌레들은 비둘기가 온지도 모르고 신나게 배추를 뜯고 있었다. 살이 토실하게 오른 애벌레는 도비아와 다른 산비둘기에게 맛있는 먹이였다. 정신없이 애벌레를 잡아먹었다. 작은 텃밭이지만 도비아와 산비둘기가 충분히 먹을 만한 애벌레가 있었다. 벌레와 함께 먹는 배추도 신선한 맛이었다. 도비아와 산비둘기들은 행복한 만찬을 즐겼다. 비둘기 한 마리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꾸루룩!”
모두 비명이 난 곳을 쳐다봤다. 애벌레를 먹던 비둘기 한 마리가 망연히 하늘을 보고 있었다. 도비아도 하늘을 봤다. 커다란 새의 발톱 사이에 비둘기 한 마리가 잡혀가는 모습이었다. 도비아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커다란 새를 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커다란 새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다. 도비아는 바로 옆에서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도비아는 커다란 새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먹이를 먹던 산비둘기들은 숲으로 돌아갔고, 도비아는 발자국의 집을 찾아갔다. 발자국을 보자마자 도비아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아저씨!”
도비아를 안아주며 발자국이 물었다.
“오오. 도비아, 무슨 일이니? 천천히 말해보렴.”
“배추밭에서 애벌레를 잡아먹는데 하늘에서 커다란 새가 친구를 잡아갔어요.”
“이런, 이런, 슬픈 일이구나.”
“아저씨, 친구가 잡혀가는데 저는 애벌레를 먹고 있었어요. 잡혀가는 모습을 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발자국은 사다새에게 잡아먹힌 도비아 아버지가 생각났다. 발자국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해서 네 심정을 알 것 같구나.”
“저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는 놈이에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너무 자책하지 말아라. 그게 네 잘못은 아니니까.”
“제가 정신만 차리고 있었다면 도망칠 수 있었을 거예요. 애벌레 잡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그만.”
“도비아, 그 커다란 새는 반드시 다시 나타날 거다. 네가 친구를 위한다면 커다란 새가 다시 공격할 때 어떻게 할지 준비해야 해.”
“힘없는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우린 작고 힘이 없지만, 커다란 새를 이기진 못해도 여럿이 힘을 합치면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벌벌 떨면서 잡혀가는 날만 기다리는 것도 무척 괴로울 것 같구나.”
“아저씨,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 어떤 녀석인지 보기로 하자.”
울음을 그친 도비아는 자신의 집으로 갔다. 튼튼하고 견고하게 지어진 것 같지만 만약 커다란 새가 공격한다면 막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약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본 후 보강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도비아는 그날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자꾸만 잡혀간 산비둘기가 생각났다. ‘도비아, 살려줘! 도비아, 살려줘!’라고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커다란 새의 날카로운 발톱이 자신을 잡아가는 장면도 상상했다. 너무도 끔찍한 상상으로 도비아는 한숨도 못 자고 아침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