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7화

by 유병천

비 구경을 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나뭇잎은 말라갔고, 땅은 타들어 갔다. 열매는 구경도 못 했고, 지렁이조차 깊은 땅속으로 숨은 모양이었다. 공원에는 녹색 기운이 사라지고 황토색 기운이 감돌았다. 두줄이는 배가 고팠다. 목을 내밀며 공원을 한 바퀴 돌아봤지만, 먹이를 구할 수 없었다. 비가 내리지 않고, 건조한 날씨에 먼지가 많아져서 그런지 사람의 발길도 뜸해졌다. 봄철에만 있던 황사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날아왔다. 공원은 온통 황색 먼지로 가득했다. 두줄이와 한줄이도 점점 살이 빠졌다. 두줄이와 한줄이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아파트로, 상가로 돌아다녀야 했다. 아파트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좋은 먹이였다. 쓰레기통이 꽉 차서 옆에 봉투를 쌓아둔 곳은 길고양이가 지키고 있어서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길고양이가 없는 쓰레기통을 찾아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찌꺼기를 겨우 먹을 수 있을 뿐이었다. 맛 좋은 과자를 먹어본 게 언제인지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시큼하고 비릿한 냄새가 나는 음식물 쓰레기는 정말 먹기 싫었다. 특히 한줄이는 더러운 음식물 쓰레기를 먹기 싫다고 투덜거렸다.

“비가 내리고 날씨가 좋아지면 다시 맛있는 과자를 먹을 수 있을 거야. 조금만 더 참자.”

두줄이도 역시 달콤한 과자 생각이 간절했다. 도심 속에 둥지를 튼 고가도로 아래에도 황색 먼지가 쌓였다. 검은 매연과 섞여서 묘한 색깔을 내고 있었다. 두줄이는 한줄에게 음식을 찾아오겠다고 말하고 길을 나섰다. 배가 고프니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날개를 흔드는 한줄이의 얼굴엔 피곤함이 섞여 있었다. 먹이를 구하고 온다고 말하고 나섰지만 사실 두줄이도 배가 무척 고팠다. 이곳저곳 살피다가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시장 귀퉁이의 생선가게를 발견했다. 다행히 길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두줄이는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한쪽 구석에 검은색 비닐봉지에서 생선 대가리와 내장이 불규칙하게 삐져나와 있었다. 두줄이는 가장 가까운 비닐에서 삐져나온 생선 내장을 먹었다. 너무 배가 고팠지만, 생선 내장은 지렁이보다 먹기 힘들었다. 공원에서 너무 배가 고파서 지렁이를 잡아먹은 적이 있었다. 물컹거리는 느낌이 싫었지만, 맛이 나쁘진 않았다. 물론 한줄이에겐 지렁이를 먹은 것을 비밀로 했다. 징그럽고 더럽다고 말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식성이 좋은 두줄이도 생선 내장은 많이 먹지 못했다. 그렇다고 생선 내장 같은 걸 가지고 돌아갈 수도 없었다. 두줄이는 사람 사이를 피해 가며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 떨어진 음식이 있을지 조심스럽게 살폈다. 수많은 사람의 다리 사이에서 먹이를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두줄이를 피하는 사람도 있었고, 발길질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두줄이는 결국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시장을 나왔다. 하늘로 오르자 어지러움이 몰려들었다. 잠시 건물 지붕에 앉았다. 기다리고 있을 한줄이 생각을 하며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조금 날아가다가 커다란 그림이 있는 건물 앞에 통째로 떨어진 과자 상자를 발견했다. 두줄이는 돌아볼 것도 없이 과자를 향해 날아갔다. 두줄이가 본 상자엔 하얀색 과자에 갈색 캐러멜이 발라져 있었다. 배고픈 두줄이는 오랜만에 보는 과자를 허겁지겁 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자를 먹은 듯 두줄이는 행복했다. 이렇게 맛있는 과자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배가 어느 정도 부르자 한줄이가 생각났다. 가장 큰 과자를 부리에 물고 한줄이에게 날아갔다. 남겨둔 과자를 계속 돌아봤지만 전부 가져올 수는 없었다. 한줄이에게 과자를 먹여주고 함께 날아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줄이도 두줄이가 물고 온 과자를 맛있게 먹었다.

“어머,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과자가 있다니!”

한줄이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두줄이가 함께 과자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말했다. 한줄이도 잔뜩 기대하며 날았다. 하지만 과자가 있던 곳엔 빈 상자만 굴러다녔다. 이미 다른 비둘기들이 먹어치운 후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두줄이와 한줄이는 다시 고가도로 아래로 돌아왔다. 두줄이는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다. 속이 울렁거리고 매스꺼웠다. 두줄이가 휘청거리자 한줄이가 물었다.

“왜 그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여.”

두줄이는 한줄이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속이 좀 안 좋은가 봐. 잠시 물 좀 먹고 올게.”

개울물은 마른 지 오래였다. 물을 마시려면 강까지 날아가야 했다. 두줄이는 애써 밝은 표정을 보이며 날아올랐다. 한줄이가 보이지 않을 때 바닥에 내려앉았다. 휘청거리다가 털썩 주저앉기도 했다. 고개를 흔들고 몇 걸음 더 걸어보았지만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속에서 뭔가가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더니 입을 통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생선 내장이 흘러나왔다. 시장에서 먹은 내장이 심하게 썩은 모양이었다. 한바탕 토를 하니 두줄이도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불쾌한 냄새가 입안에서 계속 퍼졌다. 두줄이는 강을 향해 날았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싶었다. 힘든 몸으로 강까지 날아갔지만, 강가의 물은 녹색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기분 나쁜 냄새도 풍겨 나왔다. 도저히 물을 먹을 수 없어서 두줄이는 다시 날아올랐다. 다행히 강 중간에 떠 있는 나무토막을 발견했다. 두줄이는 나무토막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시원하게 물을 들이켰다. 물을 마시고 몇 번 더 토하기를 반복했다. 그제야 입안에서 썩은 생선 냄새가 가시는 기분이었다. 토를 하니 솜털처럼 부드러운 과자가 생각났다. 한 번 먹어보고도 잊을 수 없는 그런 맛이었다. 비가 내리지 않으니 강물에서도 더러운 냄새가 났다. 강가에는 물이 내려앉아 진흙 자국이 일 미터가 넘게 생겼다. 두줄이는 태어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을 처음 겪었다. 비가 내리지 않으니 공원에도 사람이 오지 않았고 도시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진 것 같았다. 평소 먹이를 구하던 두줄이를 살짝 피해 가던 사람들이 이젠 발로 차려고 하거나 팔짓으로 날려 보내려고 했다. 도심을 좋아하는 두줄이도 더는 도심 속에 가기를 꺼렸다. 먹이도 찾기 힘들고, 음식물 쓰레기 근처엔 길고양이가 진을 치고 있었다.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은 보도블록 위엔 얼룩과 검은 매연 자국이 가득했다. 토를 많이 해서 그런지 매연 냄새가 평소보다 더욱 어지럽게 느껴졌다.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겨우 고가도로 아래로 날아왔다. 두줄이는 눈을 감자마자 죽은 듯 깊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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