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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Mar 27. 2018

경제에 관하여(시리즈) 4

몽테뉴 생각 들여다보기  1

미셀 드 몽테뉴,  <수상록>, 1999, 민성사


 앞으로 세 편에 걸쳐 몽테뉴의 수상록 중 경제에 관한 글을 살펴보려고 한다. 먼저 몽테뉴가 부(富)에 관하여 어떤 생각을 했는지 만나보자.


정말 탐욕을 낳는 것은 가난이 아니라 오히려 부(富)이다.
부는 수입에서보다도 알뜰함에서 온다.
안정되지 못한, 허기진 듯한, 분주한 부자는 여느 가난뱅이보다도 한층 비참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부자인데 가난한 체하고 가난하면서도 부자인 체 하는 세상 사람들처럼.
결국 돈을 버는 쪽보다 돈을 간수하는 쪽에 보다 많은 괴로움이 있는 것이다.
머리털이 많은 자도 남에게 털을 뽑히면 대머리와 마찬가지로 노하는 것이다.
부자라는 것은, 내 생각으로는 누구나 다 구두쇠이다.

-몽테뉴


 몽테뉴가 말한 부자는 그리 좋은 모습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 안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자가 되길 원한다. 돈에 관심을 두지 않더라도 먹고 사는 문제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는 부(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몽테뉴는 소년 시절을 지난 후 세 가지 생활을 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거의 20년 동안 계속 되었는데, 정기적인 수입이 없었고 타인의 주선과 원조로 살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돈을 벌던 시기였고, 세 번째는 유쾌하고 안정된 생활이었다. 아래에 그의 두 번째 시기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나는 돈을 버는 일에 전념해서 이윽고 내 신분으로는 상당한 돈을 모았다. 나는 당시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일상적인 지출 이외의 여분의 것만을 자신의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으며, 아무리 자기 손에 들어올 것이 확실한 것이라 하더라도 아직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는 재산은 믿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흔히 이렇게 말했다.
 "만일 내가 이러이러한 재난을 만난다면 어떻게 하나."
 그리고 그러한 헛되고 해로운 생각 끝에 나는 얼마 안 되는 여분의 돈을 저축하여 모든 불행에 대비하려 했다.
 "불행의 수는 한이 없는 것이야."
 하고 말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나는,
 "그 모든 불행에는 아니더라도 그 어느 하나, 혹은 몇 가지 불행에는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하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돈을 모으는 데는 괴로운 심정이었다. 나는 돈을 모으는 것을 비밀로 하고 있었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그토록 거리낌없이 지껄이는 내가 나의 돈에 대해서는 여느 사람처럼 거짓말만 했다. 부자인데도 가난한 체하고 가난하면서도 부자인 체 하는 세상 사람들 처럼.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의 액수는 정직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억지로 양심에게 타이르곤 했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수치스러운 신중함인가.(p.48)


 몽테뉴는 돈의 고마운 맛을 전혀 못 봤다고 한다. 아무리 재산이 불어나더라도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고도 말한다. 아래에 소개하는 글에서도 몽테뉴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점점 이 돈더미를 키우고, 하나씩 그 돈더미 수를 늘려나가며, 마침내는 한심스럽게도 자기 재산을 즐겨 쓸 줄도 모르고 그것을 그대로 간직한 채 더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지키는 것만을 즐기게 된다. 그러므로 부자라는 것은, 내 생각으로는 누구나 다 구두쇠이다.(p.49)


  인간의 욕망은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다. 시대마다 부(富)의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인간의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몽테뉴의 말처럼 안정되지 못한, 허기진 부자 처럼 살아가는 것이 행복할까?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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