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 어려운 이유
내면의 갈등. 인물과의 갈등. 감정이입. 욕망. 욕망의 방해자. 소설을 쓰다 보면 공식처럼 따라다니는 단어들이다.
한참 동안 운동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운동을 하면 알이 배기기도 하고 몸살이 나기도 한다. 무엇을 오랫동안 쉬다 보면 게으름이 습관이 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펜을 오랫동안 놓은 뒤 다시 잡으면 온갖 잡념들이 몰려온다. 일정기간 동안 글을 쓰지 않다가 다시 쓰려고 하면 항상 찾아오는 현상이다.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갑자기 책상정리를 한다거나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고 뉴스를 보기도 한다. 혹시 분위기 좋은 음악이라도 흐르면 좀 낫지 않을까 음악을 고르다가 시간을 보낸다. 글이 안 될 땐 역시 독서라며 철학책을 뒤지기도 하고 언젠가 읽으려고 사둔 명작을 꺼내 몇 페이지 뒤적거리기도 한다.
소설이나 동화를 쓸 때엔 등장인물 속으로 오롯이 들어가야 한다. 주인공의 머리로 생각하고, 주인공의 마음으로 행동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감정이입이 되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걱정거리와 온갖 잡다한 생각은 글쓰기의 방해물이다. 억지로 앉아 써가는 글에서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되어 버린다. 시간이 지나서 읽어보면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아닌 작가의 이야기가 서술된 것을 보게 된다.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원고가 되어버린다.
글쓰기의 어려움 중의 하나가 등장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일이다. 작가의 배경지식에 인물의 내면을 그릴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잘 쓴 작품을 보면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개성이 잘 살아있다. 설명하기보다 보여주기라는 말이 있는데, 인물의 말과 행동을 표현해서 드러나는 방식으로 쓰라는 이야기다.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하지 못하면 장황한 서술로 인물을 설명하게 된다. 설명이 꼭 나쁜 글쓰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독자에게 재미라는 요소를 빼앗아 버릴 수도 있다.
어떤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할까 상상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저마다 자기만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표현언어와 생각언어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 표현언어 속에 인물의 감정을 담아야 하는 것이 숙제다. 멋진 작품의 공통점은 인물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는 점이다. 창작을 위해 많은 공부를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봐도 각자 다른 인물의 특징을 꾸준히 가져가는 일은 쉽지 않다.
결국 글쓰기도 몰입이 중요하다. 작중 인물에 푹 빠져들어야 흥미진진한 작품이 나온다. 원고지를 펼쳐놓고 또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