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위한 결혼
(그놈의 엄마 친구-엄마 친구는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내가 결혼에서 정말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예단이나 예물이다. 보통 예단으로는 옷, 이불, 보료 등을 한다. 원래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하나 더 사서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친척들에게도 보내야 한다. 여기에서 엄마 친구가 등장하는 것이다. ‘엄마 친구는 이거 받았다고 하더라.’, ‘엄마 친구 딸은 이런 거 받았다고 하더라.’ 차라리 엄마는 뭐가 받고 싶다고 말씀하시지. 결국 엄마의 체면치레에 많은 비용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예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결혼을 기념하는 반지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최근 금값도 많이 올라서 예물을 마련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나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결혼예물을 통째로 도둑맞았다. 창문에 알루미늄새시로 만들어진 방범창을 뜯어내고 결혼예물만 고스란히 가져갔다. 결국 사용도 못해보고 도선생에게 갖다 바친 셈이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담당 경찰은 찾기 어려울 거란 이야기를 했다. 약 일주일 후에 지문감식 결과 예상대로 못 찾았다는 통보가 돌아왔다. 결혼 전에 예물을 위해 보낸 시간과 돈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예단은 이것저것 했던 것 같은데, 18년이 넘도록 그 예단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지금 드는 생각은 차라리 예단이나 예물에 들어갈 돈을 전세자금에 보탰더라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내와 내가 젊은 시절 어렵게 모은 돈은 그렇게 사라졌다.
결혼식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절약해서 저축을 하거나 전세자금에 보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단 하루 아니, 단 몇 시간을 위해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내는 것은 아닌지 꼭 생각해봐야한다. 화려한 하루를 보내고 일상에 시달리며 자신을 가꾸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봐왔다.
난 ‘보여주기 위한 것 대신 차라리 욕 한 번 먹어라.’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한 관습은 누가 만든 것인가? 누가 만든 것인지도 알지 못하는 일에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 하는가? 아무도 자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예단이나 예물은 특히 결혼생활에 별로 도움 되는 것이 없다. 자본주의 아래 살고 있는 우리라면 한 해라도 빨리 안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단이나 예물, 다시 말해 선물은 그 후에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