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전세
최근 전세 값을 보면 기가 막힌다.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고 하지만, 소득이 오른 것에 비해서 전세 값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았다. 집안이 부유하여 전세 값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높은 전세 값에 부담을 느낀다. 내가 결혼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전세에 관한 걱정을 했다. 모아둔 돈은 별로 없고, 그에 비해서 전세 값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당시(1999년) 기억으로는 본가에서 3,500만 원의 도움받고 전세를 얻었다. 젊은 나이에 결혼해서 모아 둔 자금은 없었다. 따라서 3,500만 원짜리 전세를 구해야 했다. 다시 말하면 교통이 불편하고, 평지가 아닌 곳(언덕)들 중에도 비교적 방의 크기가 작은 집 밖에는 없었다. 돌아본 곳 중 그나마 좀 나은 곳을 선택했다. 계약은 보통 2년 단위로 한다. 물론 나도 2년간의 계약을 맺고 그곳에서 생활했다. 전세 집은 큰 골목을 지나 좁은 골목도 몇 개 지나야 했고, 한 세대가 살던 1층을 개조하여 두 세대로 만든 구조였다. 열악한 화장실과 주방이 있었고 두 개의 방 중 하나는 침대를 놓고 나면 사람 한 명이 겨우 서 있을 정도의 공간이 남아 있었다. 개조하기 전에 거실이었던 곳으로 예상되는 큰 방은 그나마 쓸모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벽마다 피어있는 곰팡이와 씨름하느라 수시로 락스를 뿌려야 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후 주인은 월세를 받아야 한다며 나가든지, 추가로 월세를 내라고 했다. 계약 기간이 종료될 시점이라 난 선택을 해야 했다. 그래서 다른 집을 알아봤지만, 2년 전에 비해서 거의 두 배의 가격으로 전세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열심히 살았지만, 난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2년 만에 전세금을 두 배로 올려가며 이사를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2년간 그 집에서 월세를 견디며 살아야 했다.
요즘의 전세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비싸다. 뭐라고 비유조차 못할 정도다. 남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와서 취업을 한 후 전세자금을 모으려면 몇 살 때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답이 나오지 않는 부분이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라면 전세는 깨끗이 포기하고 월세를 생각해야 한다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에 욕심이 없더라도 돈이 없으면 괴로운 세상이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기피하거나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혹은 아이를 낳더라도 하나만 낳아 키우는 추세이다. 육아를 감당하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면 아이를 누군가 봐줘야 하고, 혼자 버는 경우라면 경제적 부담이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다.
시간이 좀 더 흘러서 노령화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가 죽고, 인구가 줄어들면 지금의 건축물들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이야기는 정말 어려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난 집은 투자 목적이 아닌 주거 목적으로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자신이 살 집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꼭 달성하는 것이 좋다. 정확한 계획을 세우고, 알뜰한 생활태도로 꼭 이루길 바란다. 여기에 ‘사고’라는 상황이 닥치면 계획이 망가지지만, 연약한 인간으로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노력하고 간절히 바라며 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뜬 구름 같은 요행을 바라는 것보단 그 방법이 안락한 주거 공간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