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상록

울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by 유병천


정신과 전문의 강의를 신청해서 한 학기 동안 수강한 적이 있다. 수업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는 병이 있다고 들었다. 그 병의 이름은 '울화병'이다. 흔히 일상에서 '울화가 치민다.' '울화통 터진다.' 등의 말을 사용한다.


울화는 왜 생기는 걸까?


화가 나는 이유에 관해서 생각해보면 크게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경우'와 '타인으로 인하여 화가 나는 경우'다. 울화를 만드는 근원적인 이유는 과연 자신에게 있는 것일까? 아니면 타인에 의한 것일까? 스트레스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다면, 과연 어느 쪽이 더 큰 수치를 기록할까. 이것을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겐 가벼운 문제라고 해도 다른 사람에겐 엄청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월트 디즈니의 영화 <알라딘>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는 어떤 소원이든 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세 가지를 제외하고. 첫 째, 사람을 죽이는 것. 둘째,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 셋째,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것. 세 번째 소원은 '타인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타인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린 타인에게 기대를 품는다. 이러한 기대가 화를 만들어 낸다. '가벼운 관계에서의 기대'와 '가까운 관계에서의 기대'는 그 무게가 다르다. 울화의 원인 중 하나는 분명 타인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특히 가까운 관계의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더욱 크기 때문에 더욱 큰 상처를 받는다. 그 상처가 오랫동안 쌓인 것이 울화다.


화는 내는 순간 사라진다. 화는 참을 때 더 커진다.
- 에밀리 디킨슨

기대치의 오류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는 고스란히 자신의 것이 되어 커져간다. 아무리 마음을 다스리려고 해도 다시 자라난다. 봄철에 플라타너스의 가지를 잘라내도 여름에 엄청나게 자라나는 것처럼 말이다. 에밀리 디킨슨의 말처럼 화를 내는 순간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더욱 큰 화를 만들기도 한다. 지키고 싶은 관계에서는 화도 마음껏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도 내지 못하는 마음도 울화의 씨앗이 되어 점점 크게 자라난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속에는 울화가 잘 자라날 수 있는 물과 비료가 이미 충분히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And in my hour of darkness
She is standing right in front of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Let it be, (Beatles)


가끔 듣던 노래의 가사가 유난히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다. Let it be. 때론 순리에 맡기며 흘려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화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정말 존경할만하다. 울화를 키우며 소중한 시간과 건강을 해칠 필요가 없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정확하게 인식한 후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 행복할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 불평불만을 일삼는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도 스트레스의 크기를 키우는 일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타인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다. 전지전능한 램프의 요정도 할 수 없는 일로 인하여 좌절할 필요도 없다.


좋은 사람 주위에는 좋은 사람이 모인다. 행복한 사람의 주변에는 행복한 사람이 모인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한다. 행복하게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고......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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