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나는 미술전공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미대는커녕 만화학원 근처도 가지 못했던 나는, 혼자서 그리고 보면서 만화가의 꿈을 키워나갔지만 그것도 잠시.
대학은 결국 성적에 맞춰, 여학생들이 많이 가는, 취업이 잘 되는 전공으로 가게 되었다.
전공은 내게 그리 맞지 않았다. 맞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건, 그 일을 1년동안 해보고나서 더욱 확실해졌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결국 현재 나는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나는 만화, 웹툰, 게임원화, 미술 쪽으로 전공한 주변 친구나, 지인들을 볼 때면 막연한 부러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언젠가, 한 지인을 만났을 때였다.
나는 그 지인이 간호사였기 때문에 당연히 전공도 그림 쪽과는 별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그 지인의 전공은 게임 원화였고, 게임회사를 1년 다니다 퇴사를 한 후 자신의 진로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왜? 라는 의문부터 들었다. 그 지인도 만화를, 그림 그리는 것을 참 좋아하던 친구였다.
지인의 대답은,
‘밥 먹듯이 하는 야근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게 일이 되어버리니까 힘들고, 회사에서도, 집에까지도 일을 갖고 와서 하니까 365일 일하는 것 같아서 사는 것 같지 않더라고.’
순간 멍해졌다.
나는 정말로 막연한 부러움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막연한 로망.
지금 내가 현실에 하고 있는 일보다는 나을 거라는 기대.
그 동안 내가 가슴 속에 지니고 있던 것들이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그래도 취미로 계속 그림을 놓지 않을 거라는 친구의 말에 나는 동의했다.
꼭 좋아하는 일이 본업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행운 아닐까?
예전에 엄마에게,
‘나 작가가 되고 싶어.’
라고 말했더니,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니.’
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조금 슬펐지만,
지금에서야 나는 굳이 본업이 좋아하는 일이 아닐지라도, 좋아하는 일을 갖고 있고,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본업(안정적인 수입)이 있으면서, 작가가 되면 더 멋있잖아? 라는 꿈 높은 생각도 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