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남는데, 마음이 먼저 지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100세 시대.
아마도 나는 100살까지 살 것 같다.
별 일이 없다면, 건강하게는 몰라도 숨은 100살까지 붙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내 마음은 그 긴 삶을 따라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오늘과 같은 하루를 수 십년 더 반복해야 한다면,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트레이너 일을 시작한 지 10년.
이 일은 분명 내 적성에 맞고, 여전히 좋아한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삶의 가장자리에서 권태가 서서히 번졌다.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다시 괜찮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예전에 사용했던 방법을 써봤다.
새로운 배움을 통해 즐거움과 열정을 되찾으려 한것이다.
해외에서 유행하는 새로운 운동 세미나를 들으며, 익숙한 수업 방식에 변화를 시도해봤다.
배움은 여전히 즐거웠지만, 열정은 되돌아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여행을 택했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은 즐거웠지만, 목적지에 도착하자 다시금 휴대폰 속의 익숙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여전히 열정은 되돌아 오지 않았다.
한참을 숨막히는 권태로움 속에서 몸부림 치고 있을 때, '보어아웃(Bore-Out)'이라는 단어를 알게되었다.
보어아웃(Bore-Out)은 일상적인 단조로움이나 반복적인 업무로 인해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지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로 인해서 생긴 정신적 소모를 의미하는 번아웃(Burn-Out)과는 다른 의미다.
번아웃은 탈진이다. 과열 끝의 방전, 몸이 못 버티는 상태.
하지만 나는 번아웃은 아닌것 같다.
일은 돌아가고, 성과도 내며, 잠은 꼬박꼬박 8시간씩 잔다.
다만 삶과 일의 의미가 묽어졌고, 마음이 반응하지 않는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동선, 같은 대화.
익숙함은 안정감을 주지만, 의미의 감도를 낮춘다.
감도가 낮아지면 작은 기쁨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감정의 대비가 없으니 시간의 구분이 옅어지고, 시간은 빨리가는 데 기억에 남는 것이 없어진다.
그 결과는 늘 공허한 마음이다.
처음에는 혼자 있는 시간에 잠깐씩 찾아오는 심심함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하는 흐름을 놓칠 정도로 자주 그리고 강렬하게 찾아온다.
삶을 멈추고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는 경고음이 머릿 속 가득 울린다.
이 소리는 내 마음에 만족이 차오를 때까지 절대 꺼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알람을 끄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울리는 이 시끄러운 알람을 꺼야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테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롭고 거창한 해답이 떠오르진 않았다.
다만, 일단은 멈춰보고, 방향을 확인하고, 다시 출발하는 일.
그리고 그 사이에 잃어버린 호기심을 찾고, 희미해진 삶의 이유를 다시 묻는 방법을 찾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