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배캉스(배움+바캉스)

도착하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 도착지를 정한다.

by 유강

설명회는 끝났지만, 마음은 쉽게 닫히지 않았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빗줄기가 다시 어깨를 두드렸다.


옷은 축축하게 달라붙었지만, 머릿속은 선명해졌다.


마치 빗방울이 오래된 먼지를 씻어내는 듯이.


돌아가는 지하철 안, 창에 비친 얼굴 너머로 사람들의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저마다의 자신이 내릴 정거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는 내 안식년이라는 열차의 다음 정거장을 떠올리고 있었다.


썸머클래스.


설명회 중간에 스쳐 지나가듯 언급된 프로그램이 이상하게 마음을 붙잡았다.


2주.


주말을 제외한 10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디자인과 패턴디자인, 그리고 제단과 제봉에 대해서 한 번씩 경험해 보는 시간.


궁금했다.


내가 좋아할 수 있을까?


패션 공부를 해보겠다고 했지만, 중학생 시절 방석을 만들어본 이후, 나는 한 번도 바늘과 천을 진지하게 다뤄본 적이 없었다.


막상 파리까지 갔는데 너무 하기 싫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이 참에 한번 맛이라도 보는 게 좋겠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도착한 등록금 납부 확인 문자.


액수는 감당할 만했지만, 그 숫자는 다른 무게를 안고 있었다.


나는 정말로 패션이라는 세계에 발을 내딛고 있었다.


설명회가 심어준 결심은 이제 현실이 되었고, 한 달 뒤 나는 미지의 영역으로 몸을 던지게 될 터였다.


나는 패션 디자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파리 유학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전에, 내가 패션 쪽에 정말 흥미가 있는지, 옷을 상상하고 만드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썸머클래스 중에 2주 동안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패션스쿨 지원서를 낼 때 함께 제출할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야 했는 데, 이 참에 포트폴리오도 완성해야겠다 싶었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썸머클래스가 끝난 후에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확신에 차 있을까, 아니면 ‘패션은 그냥 입는 걸로만 좋아하는 것이었구나’라는 결론에 다다를까.


그러나 그것조차 겪어야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 글이 될 것이다.


인플루언서가 되려는 목표를 가지고 그 과정을 글로 써서 팔아 보자는 생각을 한 후로, 모든 도전은 나에게 또 하나의 글감이자 콘텐츠가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도전은 성공이든 실패든 상관없이, 내 감정을 흔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풍부하게 해 줄 것이다.


그래서 만족한다.


무엇을 선택하든 결국 얻을 것이 있다는 사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