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기력한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에 완전히 몰입하면, 시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by 유강

“지난 2주간 수고했어요.”


수료증을 건네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의 마지막 소음을 정리했다.


종이의 가장자리엔 아직 손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박수, 의자, 담소의 소리가 하나씩 멀어질 때, 나는 문 앞에서 한 번 더 교실을 돌아보았다.


두 주의 시간이 하루처럼 스쳐갔다.


그리고 나는 이번 썸머클래스를 통해 내가 살고 싶은 삶의 형태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몰입하는 삶.


그리고 그 몰입을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원하는 마음”


해야 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하고 싶어서 움직이는 마음.


이루고 싶거나, 배워보고 싶거나,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의무는 몸을 끌고 가지만, 원하는 마음은 몸이 앞서 나가게 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꼭 완성하고 싶어서 간절히 집중했다.


수업은 9시에 시작하지만, 빠른 수업 진도를 제대로 소화하고 싶어 학교가 문을 여는 7시에 왔다.


집중할 수 없는 시간에는, 내일을 위해 모든 자극을 멀리하고 잠을 청했다.


하고 싶은 게 분명해질 수 록, 그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2주라는 제한된 시간, 일탈의 해방감,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재밌는 수업.


이 모든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다른 자극은 내려놓았다.


이렇게 삶에 리듬이 생기자, 몰입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탔던 새벽 5시 버스 안


“이끌어 주는 사람”


혼자서 공부하거나 노력할 때, 가장 지치는 순간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의심이 들 때였다.


그래서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헤매는 시간과 막연함이 줄어든다.


좋은 피드백은 ‘빠르게’가 아니라 ‘바르게’를 가능하게 한다.


불필요하게 자란 가지를 솎아 주듯이 힘의 누수를 막고 다음 걸음을 제시한다.


그렇게 나의 노력과 시간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그 성장하는 기분이 다시 동기가 되어 내일의 몰입을 이끌어 줬다.

이끌어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배운 2주


“함께 하는 사람”


이른 아침 교실에 들어서면 서걱대는 가위, 다리미의 스팀, 재봉틀의 리듬이 공간을 채운다.


그 소리와 소리 사이의 고요 속에서 나도 모르게 호흡이 고르고, 몰입이 시작된다.


나는 오랫동안 혼자 일하는 편이 낫다고 믿었다.


설득과 기대, 그에 따른 실망의 진폭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몰입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마치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 것처럼 흐름이 나를 위로 올려 보냈다.


뒤처지면 위기의식이 나태함을 밀어내고, 앞선 이를 보면 경쟁심이 한 걸음을 더 내딛게 한다.


사람은 혼자 사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여름에 다시금 배웠다.


함께 할 때, 더 멀리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몰입하는 삶”


세 가지가 맞물리자, 나는 무기력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루종일 한 번도 졸지 않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다.


제대로 몰입해 본 하루를 경험하자, 다음 날도 같은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 하루를 피곤하게 하는 습관을 멀리했다.


야식을 먹지 않고, 점심시간에 과식하지 않고, 자기 전에 휴대폰을 보는 대신, 눈을 감고 조용히 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좋은 컨디션으로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집중해서 보내고, 주말엔 다음 주를 위해 자극을 낮췄다.


일은 보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보람이 솟는 순간 자체가 되었다.


2주 동안 완성한 셔츠와 스커트

마지막 날 아침


일찍 도착하던 습관이 마지막 날에도 나를 끌고 왔다.


불이 꺼진 작업실은 밤새 식은 다리미처럼 차분했다.


내 자리에 가정용 재봉틀을 올려두고 마지막 수업을 위한 세팅을 한 후에, 예열을 위해 다리미의 전원을 켰다.


자리로 돌아와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셔츠의 소매를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패션을 계속할까, 아니면 여기서 멈출까.'


두 주 내내 따라다니던 질문.


그리고 마지막 날에야 대답 할 수 있었다.


'패션에 푹 빠져서 몰입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군가의 강요도, 의무도 아니었다.


그것은 내 안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물결이었다.


멈추면 사라지고, 움직이면 다시 나타나는.


그리고 나는 이 물결을 더 느껴보고 싶다.


충분히 달궈진 다리미로 소매에 얇게 눌러 그은 선을 진하게 다렸다.


다리미로 진해진 선처럼, 안식년에 대한 내 결심도 진해졌다.

다리미가 데워지길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