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클레스 뒤풀이

우리 모두는 두 번을 살아간다. 한 번은 경험으로, 또 한 번은 기억으로

by 유강


많은 깨달음을 준 썸머클래스가 끝나고 일주일 뒤, 같은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과 뒤풀이를 했다.


(‘지인’이라 하기엔 애매하고, ‘학생’이라 하기엔 또 어색해 그냥 ‘친구’라 부르겠다.)


나는 술을 못 마신다.


그래서 이런 자리는 거의 10년 만이었다.


가지 말까 고민했지만, 패션의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용기를 내서 참석했다.


용기!



일주일 만에 다시 보는데도 이상하게 반가웠다.


친구들의 나이는 대부분 20대 초중반.


나와 적게는 10살, 많게는 16살 차이가 났다.


서로 일주일간의 안부를 묻고, 사는 곳을 물어보며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색함이 가시자, 각자의 미래가 반짝였다.


가능성과 설렘, 그리고 걱정이 섞인 목소리들.


자신만의 작업실을 만들어서 이미 옷을 만들어보는 친구도 있고,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도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 아직 정하지 못해 걱정하는 친구도 있었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도 있었다.


처음엔 내 의견을 이야기 해야하나 싶었지만, 마음으로 들어주고 응원하기로 했다.


인생의 고민은 들어줄 수 있지만, 대신 답을 내줄 수는 없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태도는 알려줄 수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르고, 내가 옳다고 믿는 기준을 타인에게 씌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시도했다가 실패한 일에 누군가는 막 도전하려 했다.


나는 실패했지만, 그들은 성공할 수도 있다.


나는 내 고집대로 살아 지금에 이르렀고, 그것이 그들이 상상하는 30대와는 다를 수도 있다.


기술과 지식은 건넬 수 있었지만, 가능성과 태도는 각자의 몫이었다.


나도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고, 그들의 반짝이는 불안 속에서 오래 전의 나와 마주했다.


결국 대화는 나이의 차이를 넘어 같은 질문으로 모였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 물음 앞에서는 모두가 동등했다.


나보다 어린 그들이었지만, 같은 길 위의 동료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이 인연이 언젠가 내 삶에도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킬지 모른다.


뒤풀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궁금해졌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것을 잊지 않으려면, 잘 기록해 놔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와 마주할 수 있는 길은 기록뿐이니까.


안타깝게도, 이제까지 내가 남긴 기록은 sns와 연습장에 흩뿌려져서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다.


10대의 나와 20대의 나는 사진과 영상으로만 남아있지만, 30대의 나부터는 꾸준히 기록해야겠다는 다짐이 섰다.


찬란할 친구들의 미래를 응원한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집까지 두 정거장이 남았다.


문득 걷고 싶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돌아보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기 시작했다.


선선한 바람에 흥이 났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낭만은 이런 것이 아닐까.


만족감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에 머무르고 싶어 멈추는 것.


자전거를 탈 때 굳이 속도를 늦추고 바람을 느끼는 것.


비 오는 날 우산을 접고 일부러 빗방울을 맞아보는 것.


썸머클래스에서의 시간, 그리고 그 뒤풀이까지.


모두가 내게는 한여름의 낭만이었다.


한 여름 밤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