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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Mar 19. 2022

계양산

산이다. 


앞쪽만 보다가 이젠 뒤쪽을 바라보고 산다.

2B 연필로 그어 놓은 듯 능선이 굵고 짙다. 

간혹 사면을 따라 시선을 빠르게 상승시키면

비행기가 이륙하는 기분이다. (근처에는 김포공항이 있다.) 

395m의 키가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듯한 장면이 자주 포착된다. 


성단 같은 구름이 지날 적에는 

구름 우박이 떨어질 듯 둥기둥기하고 

군인이 숨은 산꼭대기 방송탑은 좀 더 뾰족해진다. 

흐린 아침에 부스스 하얀 구름의 모습에 빗장을 푼다. 


산은 그 자체로도 중하고 

이와 더불어 푸른, 포실포실, 짙은, 검정의 모습을 반복해서 전한다. 

빌딩 숲 사이에서 고개를 떨구며 지내던 생활에서, 물구나무 선 듯 

환기된 높이를 체험할 수 있음이 현재의 자연이라고 생각하니 

오래전 성장기 기억이 부르르 떨린다. 

그 짙은 능선을 따라 나의 걸음을 얹혀 첨예한 풍경의 피부를 

두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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